용서는 당신이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나는 아직도 당신을 죽이고 싶은 강렬한 감정에 휩싸일 때가 종종 있다. 당신은 아직도 그 회사에 다니고 있겠지만, 내 이력서에는 이미 사라진 지 오래인 회사다. 당신과 함께 B회사에 있었던 6개월은 여전히 상상조차 아까운 시간이다.
외국에서 수취인이 적히지 않은 택배가 온 날, 나는 해외 택배를 가장 많이 받는 본부장님에게 갖다 줬다. 이 모든 것을 지켜본 당신은 본부장님이 뜯어본 후 본인의 것이 아님을 확인한 후에야 당신은 그게 자신의 것이라고 했다. 나에게 왜 뜯었냐며 사무실의 모두가 쳐다볼 정도로 언성을 높였다. 그건 내가 잘못한 일이 아니다. 처음부터 보낸 이에게 수취인을 알려주지 않은 당신의 잘못이다.
저작권 관련 문제로 해외 출판사와 씨름하고 있을 때, 나는 회사에 내가 주고받은 이메일과 자료들을 모두 제출하며 예상치 않은 지출에 대한 상황을 설명하기 위해 애썼다. 같은 시기에 당신 또한 비슷한 문제에 부딪쳤고, 당신은 별다른 설명 없이 회사로부터 금액을 받아 문제를 해결했다. 그러고는 당신 옆자리의 C 씨와 함께 나에게 그렇게 살지 말라고 했다. 두 건 다 문제는 잘 해결 됐고, 누구도 당신과 나의 일 처리에 대해 비교하지 않았다. 지금도 이해 못 하겠지만 그렇게 살지 말아야 하는 건 당신과 C 씨다.
당신은 미국의 어떤 ‘듣보잡’(이 용어는 당신이 사용했다) 대학을 나왔다고 했다. 당신이 내세울 수 있는 유일한게 영어, 단 하나인데 그 장점이 나에게는 전혀 필요 없었다. 나는 당신이 없어도 해외 거래처와 영어로 소통이 가능하다. 그런 내가 아니꼽게 보이는 건 간장종지보다 더 작은 그릇을 가진 당신에게는 당연한 거라 생각한다.
나는 아침마다 내 책상 위에 양말이며 휴지며 온갖 쓰레기를 버리고 간 게 당신이란 걸 알고 있다. 지구 어딘가의 6-7월은 엄청나게 더웠고, 팀에서 양말을 신던 사람은 당신밖에 없었다. 내가 퇴사하기 전 당신의 가해 사실을 회사에 얘기하며 당신의 출퇴근 기록을 조회해 보니, 당신이 내 책상에 쓰레기를 버린 날은 나보다 당신이 나보다 빨리 출근한 날이었다. 당신과 친하지 않은 다른 팀 사람들도 당신을 의심하고 있었다. 안타깝게도 그때는 직장 내 괴롭힘에 관한 법이 없었다. 지금의 나는 당신 덕분에 직장 생활의 부조리와 맞서 싸우기 위해 법적인 지식도 갖추게 됐다. 뭐, 그 점에서는 고맙게 생각한다. 그때의 내 성격으로는 이렇게까지 당하지 않았으면 싸우려는 생각도 하지 않았을 테니까.
내가 6개월 만에 그 회사를 퇴사한 후 몇 개월의 시간이 지난 어느 날, 당신은 나에게 전화를 했다. 당신의 이름이 핸드폰에 뜨는 것도 짜증 났다. 받지 않았다. 아직 카카오톡은 지우지 않아서 확인해 보니 웨딩드레스를 입은 사진이 프로필에 걸려있다. 당신은 아마 죽기 전에도 본인이 어떤 짓을 했는지 절대 이해 못 할 거다. 난 당신과 결혼한 그 남자는 도대체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다. 당신은 예쁘지도 않고, 성격은 극도로 변덕스럽다. 늘 명품과 외제차, 그리고 어제 만난 남자 얘기만 하는 당신과는 수준 높은 대화가 불가능하다.
사실 나는 A 씨 당신만이 가해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반복되는 상황에도 전혀 관심이 없었던 그 팀의 모든 사람들이 방관자이자 가해자다. 하루하루의 삶이 죽음에 가까워지고 있다지만 나는 당신이 어디선가에서 고통스럽게, 물이 없어 말라가는 화초처럼 죽어가길 바란다. 내 고통이 어느 정도인지 당신은 상상도 못 하겠지만, 당신이 가장 행복하다고 느끼는 순간에 환산할 수 없는 아픔으로 돌려받기를 바란다. 지구 어딘가에 살고 있을 A 씨, 나는 아직도 당신을 죽이고 싶은 강렬한 감정에 휩싸일 때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