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그래요? 들러리라도 괜찮다고

by 오보람

오늘도 면접을 다녀왔다. 지도 애플리케이션은 집에서 42분 정도 걸린다고 했지만 근처로 가려면 몇 대 없는 마을버스를 타야 해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다. 그렇지만 상관없었다. 면접에 안 가면 0%, 가면 1퍼센트라도 뽑힐 확률이 생기니까. 집에서 신도림역까지 지하철을 타고 신도림역에서 마을버스를 타야 하는데 시간이 안 맞았는지 마을버스는 올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할 수 없이 택시를 타고 면접장으로 향했다. 기본요금 정도 나올 거라는 내 예상과는 달리 요금은 5천 원이나 나왔다. 뭐, 그래도 지각은 면했으니까.



내가 도착했을 때 면접자 다섯 명씩 다섯 조 중 세 번째 조의 면접이 진행되고 있었다. 대기실에는 40-50대로 보이는 면접자들이 가득했다. 나는 조용히 구석에 앉아 내 소개만 머릿속으로 되뇌고 있었다. 다른 면접자들이 서로 아는 사이인지 삼삼오오 모여있었다. 구석에 앉은 나에게도 선명히 들릴 정도로 서로 반가운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 세 번째 조의 면접이 끝난 후 사람들이 한 차례 우르르 빠져나갔다. 남은 사람들은 나와 같은 5조 사람들이었다. 경쟁자가 될 사이지만 몇몇 이들은 인사를 하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귀 기울이고 싶지 않았지만, 들리는 걸 어쩌랴. 나는 이때 귀를 막았어야 했다. 대기하고 있던 면접자들이 꺼낸 말은 현재 이 일을 하고 있는 사람도 지원을 하고 오늘 이 자리에 면접을 보러 왔다는 것이다.



결혼에서 들러리는, 신부를 더 돋보이게 하는 사람이다. 오늘은 단 2명의 합격자를 위해 21명의 들러리가 모였다. 어느 세리머니보다 화려하다. 어떤 이는 들러리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지만 그래도 집 근처라 왔다고 한다. 나는 집에서 꽤 오래 걸렸는데. 이 면접만 아니었으면 조금 더 잘 수 있었는데. 들러리가 되는 것보다 1시간 더 자는 게 나은데. 아무 소리 없이 0과 1 사이의 내가 싸우고 있었다. 그러다 시간이 흘러 내 차례가 다가왔다.



민원이 들어오면 어떻게 할 건지, 이 사업에 대해 알고 있는지, 가장 최근에 받은 교육은 무엇인지 등등 모두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는 질문들이었는데 어째선지 가장 좋은 답이 생각나지 않았다. 면접에 너무 생각 없이 왔나. 내가 맡게 될 업무에 대해 메모해 둔 종이를 깜빡하고 가져오지 않았다. 한 도시의 교육 바우처 사업이다. 이 사업으로 혜택을 받는 사람들이 무려 3,500명이라고 한다. 굉장히 많아 보이지만, 신청자는 더 많겠지. 이 많은 사람들의 민원을 두 사람이 처리해야 하는 일이었다. 얼마나 강한 민원일지는 모르지만, 그것도 합격 후 걱정하면 된다. 지금 걱정할 일은 아니고.



결론적으로 나는, 하나도 괜찮지 않았다. 면접 보기 전 그 자리에서 도망치는 게 맞았던 걸까. 지금까지는 내가 갔던 면접에 대해 후회는 없었는데, 들러리가 될 거라는 의심은 확신으로 바뀌자마자 빠르게 몸집을 키웠다. 면접을 본 후에도 찝찝함이 가지지 않는다. 내일이면 기분이 좀 나아지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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