싫어하는 마음을 연료로 쓴다

2021년 10월의 나는 그랬다

by 오보람

만들어진 모양 그대로의 종이는 던져도 예쁜 곡선을 그리며 천천히 떨어지지만 구겨진 종이는 던져도 곧장 바닥으로 떨어지고 만다. 요즘 내 기분은 구겨진 종이 같다. 뭘 해도 주름만 더 늘어갈 뿐. 종이를 쫙 펴 봐도 그때뿐이다. 주름을 펴기 위해 다림질을 했더니 얇은 종이는 금세 타버렸다. 사람이 느끼는 성취감에는 총량이 정해져 있는 것 같다. 나는 그 성취감의 총량을 채우지 못하면 자괴감을 느낀다.



내가 이러려고 이 회사에 왔나. 누가 내게 무슨 일을 하냐고 물으면 '찌꺼기' 같은 일을 한다고 말한다. 정말 뭐라고 말할 수 없는 일이다. 이전에 한 번 글로 썼던 복지포인트와 관련된 일은 8월에 이미 다른 사람에게 넘어갔다. 이제는 내가 담당한다고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내가 하지 않더라도 누군가가 어렵지 않게, 곧장 할 수 있는 그런 일만 남았다. 이런 '찌꺼기' 같은 일에서 나는 성취감을 전혀 느끼지 못하고 "도대체 내가 지금 일한 지가 몇 년 찬데 이런 일을 하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든다.



하루 12시간을 회사와 대중교통에서 보내고 남은 12시간에 새로운 일을 하고 성취감을 얻어보기도 했지만 몸이 더 피곤해져서 그것도 쉽지 않았다. 12시간 동안 씻고, 먹고, 자고 다 빼고 나면 3-4시간이 고작이다. 지금은 열심히 새로운 일을 찾기 위해 또 노력하고 있다. 잠을 줄여서 성취감을 얻는 것도 별로 효과적인 것 같진 않다. 졸리고 피곤하면 성취감이고 뭐고 다 필요 없기 마련이다. 지금은 회사를 옮기기 위해 노력 중이다. 조금이라도 일에 대한 회의감이 덜 들고 회사에 머무르는 시간이 무의미하지 않았으면 하기 때문이다. 그것도 참 어렵지만... 면접을 볼 때마다 느끼지만 탈락하는 건 내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이미 내정자가 있거나 내가 그 회사가 원하는 타입이 아니기 때문이다.



쓰다 보니 오늘도 꼬인 얘기만 계속하고 있다. 내 기분이 엉망이니 엉망인 생각과 글이 나올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오늘은 이만 마무리하고 자야지. 새로운 도전은 실패와 좌절이 더 많지만 그래도 난 세상에 지지 않겠어. 대단한 다짐이 아니라 그냥 여기가, 이 회사와 사람들이 너무 싫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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