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일을 선택하는 기준
직장인은 회사에서 시간을 쓰고 일을 하며 그 대가로 돈을 받는다. 나는 직장에서 내 시간을 쓰며 일을 하고 돈을 받는다. 내 시간과 노동력에 대한 값어치는, 지금은 크다고 말할 수 없다. 내가 일을 고르는 기준은 크게 세 가지다. 돈을 많이 주거나, 다른 일을 할 시간을 확보할 수 있게 해 주거나, 경력이 될 만한(나 자신이 발전할 수 있는) 일인지를 확인하고 셋 중에 하나라도 만족하는 회사에 입사지원을 한다. 물론 셋 다 만족하면 좋겠지만 그런 곳은 아직 보지 못했다.
첫 번째로, 돈을 많이 주는 곳은 단연 생활치료센터였다. 2021년 초 확진자가 폭주할 때 잠시 근무했던 생활치료센터는 위험 부담이 크고 몸도 고되고 힘들었지만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불하는 곳이었다. 안타깝게도 내가 일했던 생활치료센터가 문을 닫으면서 더 근무할 수 없었지만, 힘든 것과 별개로 아주 잠시나마 통장이 두둑해서 마음이 안정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생활치료센터 근무 후기는 나중에 한 번 써봐야지.
다른 일을 할 시간을 확보하게 해 준 곳은 카페였다. 당시 근무했던 카페는 언덕 위에 있는 데다 주차가 불가해서 손님이 많지 않았다. 손님이 있는 동안엔 일을 하고, 손님이 없으면 공부를 할 수 있는 시간이 생겨 자격증도 2개나 취득할 수 있었다. 급여가 좋다고 할 순 없지만 당시 같이 일했던 파트너가 나에게 엄청난 영향을 줬기 때문에 그것도 큰 소득이었다. 카페가 집과 20분 정도의 거리라 출퇴근도 용이했고 내 파트너 외에 같이 일하는 사람들도 나쁘지 않았다. 그나마 가장 만족스러운 곳이었지만 내가 바리스타 자격증이 없고 경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규정된 계약기간 이후 계속 근무할 수 없었다.
마지막으로 경력이 될 만한 일을 했던 곳은 단연 내가 가장 오래 일한 공연장이다. 많은 예술가를 만나고, 그보다 더 많은 기안문을 쓰고, 아침, 저녁, 평일, 주말 할 것 없이 시간이 나면 미친 듯이 일만 했다. 그렇게 공들인 공연이 아무 일 없이 잘 끝나면 그때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한 번에 준비하는 공연이 여러 개가 되니 일정 조율에 신경 써야 한다. 회사 연락처가 아닌 개인 연락처로 예술가들과 소통하다 보니 예술가들이 본인의 시간에 맞춰 연락하는 것도 스트레스 요소다. 퇴근 후 토요일 밤 11시에 업무 관련 전화를 받는 기분은 썩 좋지 않다. 많은 공연을 만든 만큼 모두 나의 포트폴리오에 들어가는 좋은 경험이었지만 가장 아프고 많이 울게 했던 곳도 공연장이다.
일을 하면서 항상 나의 의미, 나의 쓸모를 찾지만 좋은 답을 찾는 건 항상 어렵다. 일에서 보람을 찾는 건 더욱 어렵다. 일에서 보람을 찾는 것보다 내 이름을 보람이로 바꾸는 게 더 빠를 것 같다. 나의 정답은 일에서 나 자신의 의미를 찾지 않는 것이다. 일이 아닌 다른 활동에서 나를 드러내고 내 이름으로 가치를 보여주는 게 지금의 나에겐 더 뿌듯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