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인연은 여기까지겠죠?

마음을 나눈 동료와의 작별은 항상 힘들다

by 오보람


창피한 말이지만 나는 누구와 같이 일하는지에 따라 기분이 많이 달라진다. 그래서 항상 어떤 일을 처음 시작하면 같이 일하는 사람들을 주의 깊게 살핀다. 살기 위한 생존 본능이다. 회사에서는 내 고유한 모습으로 사랑받을 수 없기 때문에 사람들이 좋아할 법한 이미지로 꾸며낸 나를 앞세운다. 경력직으로 입사하더라도 나는 새로 온 사람이니 기존에 있는 사람들에게 맞추려 노력한다. 최대한 힘을 써 보지만 내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면 이해를 포기한다. 그리고 슬슬 마음이 멀어지게 된다. 지금까지 다녔던 대부분의 직장은 이런 사이클로 계약을 다 채우고, 또는 중간에 헤어지게 되었다. 아무 미련 없이. 물론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들로 가득했던 회사도 있었다. 하지만 이래저래 상황과 여건이 맞지 않아 오래 함께할 수 없었다. 내가 아무리 희생을 하고 애를 써봐도 안 되는 건 안 된다.



계약직으로 일하다 보면 항상 작별을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 조건이 더 좋은 곳으로 가거나, 건강 상의 이유 등 여러 가지 사유로 헤어질 수밖에 없다. 물론 만남이 있으면 이별도 있지만, 내가 이 직장과 헤어지는 게 아닌 사람 대 사람으로 헤어지는 경험은 대체로 씁쓸하다. 특히나 직장에선 더 만나기 힘든, 진짜 나를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나면 더욱 그렇다. 남은 사람으로서 또 다른 만남을 준비하는 것은 설렘보단 우려와 걱정이 앞선다. 동료지만 한때 마음을 나눴던 사람이 떠날 땐 좋은 방향으로 가는 것이라 하더라도 내 좁은 속마음은 그의 행복을 빌어주지 못한다. 남은 내 마음이 걱정돼서. 가끔은 회사 밖에서의 인연으로 이어지기도 하지만 아주 드물다. 아무리 공을 들이고 간절히 기도해도 타인의 마음은 항상 내 마음과 같지 않다. 슬프지만.



이 글을 두 번째 문단까지 쓰고 잠시 생각에 빠졌다. 나는 지금까지 내가 작별 인사를 하는 것에만 익숙했다. 나랑 친했던 누군가가 떠나는 건 당연하게 생각하지 못하고, 내가 버림받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사실은 그게 아니다. 그 사람은 나를 버리려고 떠나는 게 아니라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떠나는 것이다. 그래서 내 생각을 바꾸려 노력한다. 언젠가는 그 사람이나 나나 다시 만나지 못하는 때가 반드시 온다. 지금 같이 있는 이 시간을 더욱 소중하게 생각하고, 그렇게 순간을 보내면 된다. 아무도 알 수 없는 내일은 생각하지 말고. 그저 따뜻한 눈길로 그가 새로운 곳에서 만들어 갈 시간을 축복한다. 내가 지금 이 사람과의 관계 유지를 위해 했던 노력만큼, 새로 만날 이에게 그만큼의 마음을 쏟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그냥 계속 되뇌기만 할 뿐이다. 다시 올 수 없는 이 사람과의 순간을 하나하나 눈에 새긴다. 잊지 않도록 잘 저장해 둔다.



맞아, 이렇게 좋은 사람도 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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