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보람 Mar 08. 2023

아무 일도 없다면 가장 좋겠지만

   인생의 모든 위험을 다 피해 다니려고 노력했던 나는, 책임을 피하지 않겠다고 다짐한 이후로 삶이 드라마틱하게 변했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았다. 일단 내가 활동할 수 있는 기회들을 많이 만들어야 책임 질 자리도 생길 텐데, 분명 시간이 많은데 시간이 없다(?). 여러 활동이 같은 날, 같은 시간에 잡혀버렸고 나는 분명 시간이 많아서 다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우선순위를 선정해 무언가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언제까지 이 의욕을 이어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 지금이야 내 마음을 제외한 모든 상황이 평온하니 그렇지만 모든 것이 다 바뀌어버리면 어떡하지? 또 적응할 수 있을까? 이런 걱정이 드는 나는 주변 상황에 영향을 많이 받는 사람이구나.



   현실이 고통스럽고 힘들 땐 글이 술술 나오는데 글의 재료가 될 일이 없으니 너무 조용하고 글에도 알맹이가 없다. 현실에 욕심이 없는 건 아니다. 그냥 나를 더 괴롭히지 않기 위해 지금 잠시 내려놓았다. 현실과 이상의 괴리가 고통을 부르니까. 내 현실도 부정적인 쪽으로 보면 푸념이 끝이 없다. 누군들 안 그렇겠냐만. 많은 것을 내려놓고, 비우고, 조금 차면 또 쏟아버리고, 인생은 그런 일들의 반복인 것 같다.



    그저 아무 일도 없다면 가장 좋겠지만, 내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한 해석을 포기하고 판단 없이 받아들이려 노력한다. 이미 사건은 일어났다. 그저 해결에만 집중하자. 다른 마음은 다 내려놓고. 삶은 언제나 산 넘어 산, 끊임없이 산을 넘어야 하는 우리의 배낭을 언제나 가볍게 유지하자. 날아갈 듯한 발걸음으로, 무겁지 않은 태도로. 

매거진의 이전글 그 많던 개나리는 다 어디 갔을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