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보람 Mar 06. 2023

그 많던 개나리는 다 어디 갔을까

봄을 알리는 전령들에 관하여

  초등학생 시절, 봄의 시작은 3월이라고 배웠다. 보통 3월은 2월의 연장선처럼 여전히 겨울 냄새가 물씬 나는데 요즘의 봄은 진짜 봄이 오렸는지 날씨가 따뜻하다. 버스를 타고 지나친 초등학교에는 아이들의 하교를 기다리는 가족들이 교문 앞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학생들에게 3월은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 새 학년이 시작되는, 설렘이 가득한 시기다. 지금도 봄이라는 계절은 새로운 시작을 비유적으로 뜻하지만 더 이상 올라갈 학년이 없는 지금, 봄은 두 가지의 신호와 함께 고요하고 자연스레 곁에 다가온다.





1. 국수 한 그릇 하실래예?



   봄이 새로운 시작을 뜻하듯, 여기 인생의 출발선에 나란히 선 두 남녀가 있다. 어쩌면 백사장의 모래알보다 더 많은 사람들 속에 서로를 만나 지금까지 살아온 세월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함께하기로 약속한다. 그 약속의 증인이 되어줄 사람들 앞에서 다시 한번 서로의 결심을 확인한다.



  그들의 소중한 순간에 나를 초대해 주면 기쁘기도 하지만 걱정도 있다. 어렸을 땐 그저 ‘맛있는 음식을 먹는 날, 뷔페 가는 날’ 정도였지만 이제는 조금 복잡해졌다. 이것들은 절대 공짜가 아니고 음식값에 더해 축하하는 마음까지 하얀 종이봉투 안에 담아야 한다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불과 며칠 전이었던 2월 20일에는 나의 지인 중 2명이나 결혼식을 올렸다. 둘 중 한 곳 밖에 갈 수 없었지만 그날의 결혼식장은 시간대별로 예식이 꽉 차 있었다. 이 날을 위해 든든하게 챙겨 온 지갑이 다시 가벼워졌다.



  가끔 요즘의 결혼식을 보고 있자면 신부에게 자꾸 눈길이 간다. 이 사람은 어떤 마음으로 옆에 있는 사람과 여기까지 오게 된 걸까. 나라면 그때 내 옆에 있는 사람과 평생을 약속할 수 있을까, 나라면 부모님과 인사할 때 울지 않을 수 있을까, 또 나라면...




2. 봄바람 휘날리며 흩날리는 벚꽃 잎이



  벚꽃은 봄 꽃 중 그나마 도심에서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는 꽃이다. 2012년 봄, 나는 편입 준비를 위해 잠시 학교를 휴학 중이었다. 그런데 TV를 전혀 보지 않는 나도 알 수 있을 정도로 거리엔 ‘벚꽃엔딩’이 계속 들려왔다. 벚꽃엔딩의 주인공인 버스커버스커의 노래를 번화가 어디에서나 만날 수 있었다. 이제는 저작권 문제로 거리에서 노래가 들려오진 않지만 벚꽃이 필 즈음에 사람들은 이 노래가 가진 금전적 가치에 대해 이야기하곤 한다.


   이 한 곡이 누군가에게 평생의 안전자산이 되었다니! 노래에 대한 감상이 아닌 다른 부분에 대해 생각하게 된 나 자신이 어른이 된 듯한 기분이 든다. 이젠 봄이 아니더라도 언제든, 어디선가 벚꽃엔딩이 들려오면 나는 다시 2012년의 나에게로 빠져든다.




매거진의 이전글 잘 나가다 갑자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