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체검사

by 겨울늑대

'그'와 나는 늘 함께한다.

우리는 같은 곳을 가고, 같은 것을 먹고, 같은 노래를 듣고, 같은 것을 봐야 한다.

이는 우리에게 주어진 특수한 임무에 의한 것이다.

우리의 임무에 대해 조금 더 명확히 말하자면, 우리는 우리의 고용주인 나카타 씨의 수행 비서인 셈이다.


오늘 나카타 씨는 전투기 조종사가 되기 위한 신체검사를 받으러 병원에 왔다. 당연히 수행 비서인 우리도 함께 했다. 병원이라... 오늘 하루도 참 따분할 것이라고 우리는 생각했다.


나카타 씨가 가장 먼저 받은 검사는 피검사이다.

앳된 피부를 가진 여자 간호사가 서류철을 겨드랑이에 끼고 천천히 나카타 씨를 향해 다가왔다. 그녀의 머리카락은 뒤통수에 달린 붉은 머리끈에 의해 바짝 당겨져 있었다. 바짝 당겨진 머리카락이 그녀의 둥근 이마와 뒤통수를 더욱 부각시켰다. 마치 고운 장독대의 표면처럼 완만한 곡선을 그리고 있었다. 마네킹처럼 아름다운 두상이라고 우리는 생각했다. 아름다운 두상에 비해 그녀의 얼굴은 지극히 평범했다. 양 볼에는 주근깨가 가득했고, 짙은 눈썹 아래로 가느다란 눈이 자리 잡고 있었다. 달팽이 등껍질처럼 생긴 작고 둥근 코가 얼굴의 중앙에 위치하고, 작은 코에 난 구멍 두 개는 면봉 하나가 들어가기 힘들 정도로 비좁아 보였다. 핏기가 없는 입술이 가느다랗게 좌우로 늘어져 가느다란 눈과 평행을 이루고 있었다. 보편적인 미의 기준에서는 한참 벗어나지만, 오밀조밀한 이목구비가 그녀만의 오묘한 매력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여자 간호사가 고개를 숙인 채 나카타 씨의 새까맣게 탄 오른 팔뚝을 소독솜으로 닦아낸다. 작고 하얀 손이 나카타 씨의 오른 팔뚝 위를 한참을 오갔다. 팔뚝 소독이 끝나자 간호사가 가느다란 눈을 잔뜩 구부리며 부드러운 음성으로 말했다.

"따끔해요."

구부려진 간호사의 얇은 눈이 다시 일자로 펴졌다. 동시에 뾰족한 주삿바늘이 나카타 씨의 두꺼운 팔뚝을 통과했다. 나카타 씨는 작은 구멍이 뚫린 자신의 팔뚝을 계속해서 응시했다. 자신의 피 한 방울 한 방울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듯 말이다. 수행 비서인 우리도 강제로 새어 나오는 핏방울들을 응시해야 했다. 나는 비위가 약한 편이라 눈을 질끈 감았다. '그'는 나카타 씨의 의지를 받아들여 꿋꿋이 핏방울의 이동을 응시했다. 그렇게 나카타 씨는 한쪽 눈을 질끈 감은 채 남은 하나의 눈으로 자신의 팔뚝을 묵묵히 응시했다.

곁눈질로 나카타 씨의 얼굴을 본 여자 간호사의 가느다란 입술이 몇 차례 씰룩거렸다. 윙크를 하는 듯한 나카타 씨의 얼굴을 보고 창의적인 해석을 한 것이 분명하다.


나카타 씨가 피검사를 마치고 다음 검사를 하기 위해 발걸음을 옮긴다. 나카타 씨가 주위를 둘러보고 잠시 발길을 멈추며 말한다.

"제발 부탁인데 방금 같은 이상 행동 좀 하지 마. 특히 오늘은 내게 정말 중요한 날이라고. 내가 너희들의 짓궂은 장난에 뭐라 한 적이 없었던 것 같은데 말이야. 아무튼 오늘 하루만 부탁 좀 할게."

우리는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 검사는 시력 검사이다.

나카타 씨가 밥숟가락같이 생긴 차가운 철 덩어리를 우리 앞에 차례로 갖다 댄다. 몇 번 그렇게 하더니 재수 없는 밥숟가락을 책상 위에 내려놓았다.

"좌 2.0, 우 1.8입니다."

하얀 가운을 입은 남자 의사가 말했다.

나는 낄낄대며 '그'를 쳐다보았다.

"이봐 내가 너보다 0.2나 시력이 높다고."

'그'는 나의 말이 들리지 않는 척 애써 무시하며 정면을 쳐다보았다. 나는 계속 낄낄대며 '그'의 얼굴 옆을 응시했다.

갑자기 의사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잠시만요 나카타 씨. 사시 증상이 있으시네요. 정밀 검사를 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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