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고기... 시애틀 추장을 만나다.

by 겨울늑대




달궈진 불판 위에 생고기를 올린 채 기다린다. 잘 익은 고기를 마주하는 순간을 기약하며, 무의식의 나에게 나 자신에 대한 통제권을 넘긴다. 그러자 나의 무의식은 내가 존재하지도 않았던 역사 속을 향유하기 시작한다. 불을 피우고 그 위에 고기를 굽는 원시인들의 모습이 머릿속을 스친다. 불을 발견하고 기뻐했을 나의 선조들이 보인다. 불을 사용하는 것에 미숙해 여러 번 인명 사고가 났을 것도 함께 떠올린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수많은 것들이 시시각각 변해간다. 그 속에 변하지 않고 우두커니 서 있는 인간의 본질을 깨닫는다. 불 위에 생고기를 익히며 군침 흘리는 인간의 본성을 발견한다.

김밥을 먹으며 원시 사회를 떠올리지는 않는다. 만두를 먹을 때도, 김치를 먹을 때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불판에 놓인 채 자신의 최후를 기다리는 선홍빛의 물결을 지닌 생고기를 볼 때면 나는 여지없이 깊은 사념의 늪에 잠기곤 한다.



식사의 본질

지구 생태계에 한해 인간은 먹이사슬 꼭대기에 위치하고 있다. 하물며 인간은 잡식 동물이다. 인간의 눈에 띄면, 인간을 제외한 모든 동식물이 식재료의 가능성을 갖는다. 가능성의 판단 여부는 '인간에게 유해한 독 성분이 있는가?' 따위로 갈린다. 우리는 우리만의 시선으로 만물을 대한다.
우리에게 무언가를 먹는다는 것이 생존에 관한 본능의 범주를 벗어난 지는 이미 수천 년이 지났다. 음식과 관련된 수많은 문화가 자연스럽게 우리의 생활 속에 자리 잡았다.
분명 조리하는 것의 본질은 배탈로부터의 예방책이다. 먹는다는 것의 본질은 필수 영양소를 획득하는 것이다. 현대인들은 조리하지 않는다. 우리의 행위는 단순한 조리 및 식음 행위가 아니다.

시애틀 추장의 경고

과거 아메리카 인디언, 시애틀 추장의 연설이 떠오른다. 그는 당당하게 현대의 문명에 맞서 자신의 뜻을 담은 연설을 했다.

'인간은 자연의 그 무엇도 소유할 수 없다. 자연이 인간에게 속한 것이 아닌, 인간이 자연에 속한 것이다. 동물이건 식물이건 인간이건 같은 공기를 마시며 살아간다. 모든 생명체가 사라져 버린다면 인간은 영혼의 외로움으로 죽게 될 것이다. 이들에게 일어난 일은 인간에게도 일어나게 마련이다. 만물은 서로 맺어져 있다.'


- 시애틀 추장의 연설문 중...(다소 의역 및 다소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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