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건너 두 미술관

새로운 건축물 속 민속학, 오래된 건축물 속 현대미술

by HH

스위스 제네바는 정말 재미없는 도시일까?


제네바에는 UN, WTO 등 23 곳의 국제기구의 본사가 위치해 있다.

그래서일까 크고 웅장한 각종 기구와 회사의 본사 건물들, 오메가(OMEGA), 파텍 필립(Patek Phiippe), 롤렉스(Rolex) 등 장인 정신으로 유명한 스위스 시계 브랜드의 본사와 쇼룸, 박물관들, 수많은 테일러 샵, 그리고 대리석과 골드로 치장되어있는 각 종 개인 은행(Private Bank)들이 제네바에 모여 있다.

반면 제네바 호수를 사이로 스위스와 프랑스가 국경을 맞대고 있어 스위스스러운 프랑스의 정취를 느낄 수 있기도 하다. 숨은 골목골목 사이의 작은 상점들과 카페들은 첫 장에서 보이는 제네바와는 다른 아기자기한 얼굴을 하고 있다.


각기 다른 얼굴을 한 그 골목들 사이에서도, 길 하나 건너 다른 이야기들을 들려주는 제네바의 두 미술관을 소개한다.

좌:제네바 민속학 박물관(MEG Geneva), 우:제네바 현대미술관(MAMCO Geneva), 출처:mamco.ch

2008년 확장되며 새로 지어진 제네바 민속학 박물관(MEG Geneva)과, 길 건너 오래된 건물 속 스위스에서 가장 큰 현대 미술 전시를 주관하고 있는 제네바 현대미술관(MAMCO Geneva)이 그 둘이다.


원초적인 주제는 언제나 우리를 사로잡는다. 죽음, 삶, 종교, 음악, 전쟁과 같은…

도시의 특성상 제네바는 언제나 많은 상인들과 외교관들이 드나드는 곳이었다.

세계 여러 곳을 각자 다른 이유로 돌아다닌 발걸음들이 제네바에서 만나며 서로가 발견한 여러 대륙의 이국적인 물건들도 함께 모이게 된다.

제네바 민속학 박물관(MEG) 상설 전시 ‘인간 다양성의 보관’, 출처:meg.ch

아주 먼 대륙, 다른 문화의 것들이지만 죽음, 삶, 종교, 음악, 전쟁과 같은 원초적인 주제를 이해하고 표현하려 했다는 점에서 새삼스럽게 같은 인간으로서의 통일성을 보이는 듯하다.

생존의 문제는 원초적이고 치열하다.

그 먼 옛날 대륙간 문화를 통틀어서도 그러했고, 그때 18세기와 우리의 지금도 마찬가지인 듯하다.


인류 공동으로서 생존의 문제를 이해하고 해결하려 노력하는 동시에 우리는 우리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고 표현하려 한다.

보편적인 원초적 주제들을 대변하는 제네바 민속학 박물관의 소장품들을 본 후, 길 건너 제네바 현대미술관에서 다양하게 표현된 작품을 보면, 그러한 개인으로의 존재적 표현이 더욱 강렬하게 와닿는다.


미친놈 소리 들어가며 모래 1톤을 옮기고 부어본 적 있는가?


자신을 이해하기 위해, 자신을 표현하기 위해 모래를 옮기고 부어 ‘나선형 둑’(Spiral Jetty)을 만든 로버트 스미스 손(Sminthson)은 그렇게 대지 미술(land art)의 대가가 되었다.

‘물질 로서의 예술을 부정하려는 미술 경향’이라는 대지 미술의 장르적 해석을 모르더라도 대자연을 대상으로 자신과 자신의 예술을 표현하려는 예술가의 움직임은 가슴속 꿈틀대는 무엇인가를 준다.


우리에게 그것은 아마 용기가 아닐까?

우리가 하고 싶은 것을 찾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더 대담해도 된다는 용기.

생각한 것과 이루고자 하는 것 사이의 시간에서 혼란과 걱정으로 우리 스스로를 허비하지 않아도 된다는 용기.


왜냐하면 나는 아직 나의 모래 1톤을 붓지 않았기 때문에!


예술과 예술가들은 그렇게 우리에게 용기를 준다.

먼 옛날에도 우리는 같은 주제로 고민하고 치열하게 삶을 꾸려왔다는 것.

과감한 자기표현이 예술이 되고, 그 예술이 우리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움직여 왔다는 것. 그러한 이야기를 길 건너 두 미술관은 우리에게 들려준다.


제네바 현대미술관의 마지막 길목에는 실비 플뢰리(Slyvie Fleury)의 1961 년도 작품이 재건되어 있다.

출처:mamco.ch

작은 동굴 안에 우리 스스로를 던지고 짧은 탐험 끝 다시 걸어 나올 때, 찰나의 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긴긴 터널 속을 ‘결국은’ 빠져나오는 듯한 느낌이 든다.

이 작품의 제목은 ‘Be Good! Be Bad! Just Be!’ 글쎄, 직역은 아니지만, 선해도 좋고 악해도 좋으니 너로서 존재해! 적어도 나의 귀에는 그렇게 들렸다.


Be Good! Be Bad! Just Be!

우리의 세계를 만들기 위해, 또 그 세계를 지키기 위해, 종래에는 그 세계에 소중한 누군가를 초대하기 위해, 끊임없이 우리가 좋아하는 것을 행하자.

그것이 잘은 모르지만 무엇인가를 느끼기 위해 미술관을 방문하는 것이건, 또 그 느낀 바를 너무나 부족한 언어 로라도 나누고자 하는 것이던 말이다.

삶 속 실패와 어려움 속에 내가 좋아했던 것이 무엇이었나 감감할 때도 계속해서 나아가자.

우리는 아직 우리의 모래 1톤을 다 쏟아부어내지 않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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