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학교 살이 중
수요일엔 초등학교 교실,
목요일엔 고등학교 자습실.
그날그날 달라지는 학교와 아이들, 교실과 분위기.
서브티쳐(Substitute teacher, 대체 교사)란 말 그대로 교사의 빈자리를 대신 채우는 사람이다.
갑작스러운 병가, 연차, 회의나 출장 등으로 정규 교사가 자리를 비우는 날,
학생들의 배움이 멈추지 않도록 그 자리를 대신 메운다.
하지만 이 일은 단순한 ‘빈자리 채우기’가 아니다.
하루하루 전혀 다른 교실로 떠나는,
한 교사의 짧지만 때론 깊이 있는 여행이다.
나는 가끔 다른 교실로 여행을 떠난다.
‘서브티칭(substitute teaching)’이라는 이름의 유랑.
서브티칭을 처음 시작한 건 2017년.
미국에서 학창 시절을 보낸 적 없는 내가
처음으로 미국 공립학교 시스템을 경험했던 때였다.
그 후 위스콘신으로 이사해 한 공립 초등학교의 방과후 프로그램 교사로 일하게 되었고,
그 경험을 디딤돌 삼아 2018년부터 이곳에서도 본격적으로 서브티칭을 시작할 수 있었다.
이 일의 가장 큰 장점은 ‘근무의 유연성’이다.
내가 원하는 날에, 내가 원하는 학교로.
물론 모든 것이 내 맘대로 되진 않지만,
정규직 교사가 누리는 안정성과는 또 다른 자유로움이 있다.
가끔은 낯선 학교, 낯선 아이들 앞에 서서
자신감 있는(척) 인사를 건네고
미리 짜여진 수업 계획을 따라 하루를 살아낸다.
고등학교에서는 학생들이 자습하는 동안 조용히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초등학교에서는 학생들 이름을 다 외우기도 전에 하루가 훌쩍 지나가곤 한다.
서브 플랜이 엉성하거나, 아예 없을 때면,
온몸의 감각을 깨워 하루를 버텨낸다.
서브티칭을 처음 시작했을 때는 설렘과 불안이 뒤섞인 아침을 맞곤했다.
새로운 얼굴, 낯선 공기.
그리고 이따금 선물처럼 다가오는 예상치 못한 따뜻한 교감.
경험이 쌓이면서 불안은 점차 사라지고,
어떤 상황에서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자랐다.
지금은 한 초등학교에서 파트타임 미술 교사로 일하면서
서브티칭은 비정기적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쉬는 날이면,
누군가의 빈자리를 대신 메우는 여행을 갈 수 있을지
지도를 펼치듯 웹사이트를 켜고 예약 버튼을 누를 준비를 한다.
서브티칭은 내게 ‘교사’라는 직업을
조금 다른 각도로 바라보게 해주었다.
정해진 자리에 오래 머무르지 않지만,
그 덕분에 더 넓고, 때론 더 깊게 배운다.
비정규직이라는 이름 안에서
매일 새로운 교실을 여행하며
자신만의 ‘교사 지도’를 그려나가는 일.
나는 그 지도를 만들어가는 이 유랑이 꽤 마음에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