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자기 투어에서 배운 나를 대접하는 법

여행살이 중 매년 이어지는 도자기와의 만남

by 붱draw

5월 둘째 주 ‘어머니날’ 주말이면 우리 가족은 미네소타주 St. Croix Valley 도자기 투어에 간다.

시댁 식구들에게는 은근한 전통 같은 행사다. St. Croix River를 따라 이어진 작은 마을들에서 열리는 이 투어는, 각기 개성 다른 도예가들의 손끝에서 나온 아름다운 그릇들을 직접 보고, 고르고, 느낄 수 있는 특별한 주말을 만들어준다.

PXL_20250517_140458731.jpg 전단지에 쓰인 숫자를 보니 벌써 33회째라고 한다.


내가 언제부터 함께했는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처음엔 그냥 가족들이 가니까, 호기심에 따라나섰다.
그땐 시할머니, 시할아버지 모두 정정하셔서 자원봉사자로도 참여하셨었다.
해가 바뀌자 시아버님이 봉사를 하셨고, 어느새 도자기 투어에 함께 가서 도자기를 사오는 일은 우리 가족에겐 너무도 자연스러운 일이 되었다.


올해는 좀 달랐다.
이사를 앞두고 있고, 주방 찬장은 이미 포화 상태.
무엇보다 도자기 가격이… 솔직히 만만치 않다.
그래서 마음을 단단히 먹고 출발했다.
‘이번엔 눈으로만 보고 오는거다. 정말로!’

그런데 역시나, 그 마음은 오래가지 못했다.
막 가마에서 꺼낸 듯 온기 담은 색감, 손끝에 전해지는 묵직하고 정직한 감촉,
그리고 고요하게 놓인 그릇 하나하나가 이렇게 속삭이는 것 같았다.

“나를 데려가면, 당신을 잘 대접해 줄게요.”


결국 우리는 감사한 분들을 위한 선물 몇 점,
그리고 우리 자신을 위한 작은 잔 두 개를 골랐다.

하루를 고요하게 마무리하거나,
여유있는 아침 천천히 우린 차에 어울릴 그런 그릇.
느긋한 시간을 담기 위해 고른 잔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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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는 길, 문득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도자기를 통해 시간을 고르고 나온 것일지도 모른다고.
그릇 하나로 나를 대접하는 거다.


올해 도자기 투어에는 거동이 불편해지신 시할아버지가 함께하지 못하셨다.
하지만 시할아버지는, 우리가 사 온 그릇들을 보며 무척 흐뭇해하셨다.
그리고 시할머니께서 시할아버지의 생신 선물로 고른 도자기 bird bath(새 목욕대)를 받으셨을 때는,
그 마음에 감동하셔서 잠시 말을 잇지 못하셨다.

그 모습을 보며 알게 되었다.

도자기 그릇은 마음을 담는 것이라고.

우리의 도자기를 통한 ‘나를 대접하는 법’은,
어쩌면 어른들로부터 전해진 다정한 기술일지도 모르겠다.


작고 단정한 잔 하나, 새를 위한 작은 욕조 하나,

그리고 매년 반복되는 도자기 투어라는 여정 속에서
우리는 매년 조금씩, 조용히 나를 대접하며 돌보는 법을 배우고 있다.

그래서 그런 걸까.
남편은 잘 사용하지 않는 도자기 그릇을 쉽게 처분하지 못한다.
언젠가 쓸 수도 있어서가 아니라,
그 그릇들이 데려온 시간과 마음을 버리는 것 같기 때문일런지도.


그렇게 시간과 마음이 담긴 도자기 그릇으로

오늘도 나를 대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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