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누구? 여긴 어디?
싱가포르에 도착한 지 한 달이 조금 지났다.
다행히 실수로 가져왔던 가방에 대한 조사를 추가로 받아야 한다는 연락은 오지 않았다.
물론 가방 주인을 찾았다는 연락도 없었다.
월요일 아침 7시.
평소 같으면 남편은 출근 준비, 나는 아침식사 준비로 분주했을 시간이지만,
우리는 여전히 침대에 누워 게으름을 피우고 있었다.
고양이 아들 시스코와 고양이 딸 데이지 - ‘디스코’도 우리 옆에서 느긋한 아침을 보내고 있었다.
이 날은 ‘디파발리(Deepavali)’, 힌두교의 빛의 축제로 싱가포르의 공휴일이었다.
싱가포르는 기독교, 이슬람교, 불교, 힌두교의 주요 명절을 모두 공휴일로 지정해 함께 축하한다.
또 영어, 중국어, 말레이어, 타밀어 - 네 가지 언어를 공용으로 사용하는 다민족 국가다.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면서도 이렇게 평화가 유지되는 건,
각 민족의 전통을 존중하고 이어갈 수 있도록 장려하는 사회 분위기 덕분 아닐까?
작은 도시국가지만 배울점이 참 많은 나라다.
디스코와 함께 이곳에 오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종종든다.
물론 좋은 점만 있는 건 아니다.
무덥고 습한 날씨에 내 피부가 적응을 못해 땀띠로 고생하기도 했고,
중국어를 못하지만 중국인으로 오해받기도 한다.
그래도 미국에서 지낼 때에 비하면
아시아인으로서 주류에 속한다는 안정감을 느끼기도 한다.
여전히 태평양을 건너오고 있는 우리 짐들.
집에 빈 공간이 많아 큰소리를 내면 에코가 생긴다.
디스코의 자동 급식기도 바다 위에 떠 오는 중이라,
하루 네 번, 시간에 맞춰 직접 사료를 챙겨주고 있다.
내가 집에 있을 수 있어 정말 다행이다.
높은 곳을 좋아하는 데이지는 옷장 선반에 올라가게 해달라며
가끔 옷장 문을 긁는다.
캣타워가 어서 도착해야 할 텐데…
짐이 10월 말쯤 도착한다니, 디스코와 함께 할로윈 파티라도 열까 싶다.
우리가 살던 집은 아직 매매가 성사되지 않아
이중으로 집세를 내고 있다.
타로 공부 중인 친구가 곧 팔릴 거라고 해서 기대했는데,
‘올해 안에’란 뜻이길 간절히 바란다.
싱가포르에 와서 처음 조부모님과 통화하던 날,
우리는 충격적인 소식을 들었다.
시조부모님댁 도우미 안드레아가
내가 디스코랑 머물던 방을 청소하다가
죽은 쥐를 발견했다는 것이다.
정확한 위치는 모르지만,
아마도 데이지가 그토록 드나들던 옷장 안이 아니었을까?
아, 데이지…
싱가포르에 도착하고 며칠 뒤,
데이지의 핑크빛 코 위에 갈색 물질을 발견했다.
검역소에서 유난히 빨갰던 데이지의 코.
그땐 긴장해서 그런가 했는데,
캐리어 안에서 탈출구를 찾다 생긴 상처였던 모양이다.
얼마나 불안하고 아팠을까?
쥐가 있는 줄도 모르고, 상처가 난 줄도 몰랐던 엄마가 밉지는 않았을까?
그랬을 법도 한데,
여전히 내 곁을 맴돌며 장난감 선물을 놓고 가고,
일할 땐 조용히 지켜보고,
밤엔 내 머리맡에서 같이 잠드는 딸 데이지가
너무 고맙고 사랑스럽다.
시스코는 타고난 적응 대장이다.
새 집에 도착하자마자 화장실을 찾아 용변을 보고,
사료가 있는 곳도 기똥차게 알아내
배가 고프면 나를 그곳으로 데려간다.
하지만 싱가포르에서 새로 산 사료가 맞지 않았는지
며칠 동안 토를 하며 살이 쏙 빠졌다.
다행히 다른 사료로 바꾸자 금세 회복했다.
이제는 건강한 시스코, 디스코네 맏이, 우리 집 복덩이다.
예상대로, 시스코와 데이지는 아침저녁으로 창밖 보는 것을 즐긴다.
새들과 인사를 나누고,
움직이는 것들이 보이면 고개를 돌려 따라가기도 한다.
시스코와 데이지도 이곳에 대해 알고 싶은 것이 많은가 보다.
우린 누구? 디스코네 가족!
여긴 어디? 싱가포르 - 우리 가족의 새로운 문화가 만들어지는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