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코 싱여행기 11화 - 어서 와, 우리 집

디스코 적응 완료, 엄마 아빠 적응 중

by 붱draw

남편을 만나면 “정말 보고 싶었어.”라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검문소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남편에게 튀어나온 첫마디는


“못 만나면 어쩌려고 와 있었어!”였다.


남편은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


“그냥 기다리고만 있을 수는 없었어.”


택시 안에서 우리는 두 손을 꼭 잡았다.

디스코 (고양이 아들 시스코와 고양이 딸 데이지)도

엄마 아빠와 다시 만났다는 걸 느끼는 듯했다.

아이들의 울음소리가 전보다 한결 부드럽게 들렸다.




결혼 생활 15년 동안 우리는 꽤 많이 이사를 다녔다.

주로 저층에만 살았는데,

싱가포르에서 살게 된 아파트 호수는 11로 시작했다.


엘리베이터를 타야 집에 들어가는 게 낯설었지만,

주변 경치가 보여서 디스코도 좋아할 것 같았다.


디스코의 전 집에는 작은 창이 하나뿐이었다고 들었다.

위스콘신주 매디슨에 살던 집 거실의 큰 창을 시스코와 데이지도 참 좋아했었다.


새로 이사한 집에서는 더 높은 곳에서 더 멀리 내다볼 수 있고,

날아가는 새들과 인사도 나눌 수 있을 테니

아이들에게 재미있는 공간이 될 것 같았다.




남편과 캐리어를 하나씩 들고 문을 열었다.

먼저 와 계신 시어머니와 이모님께서 두 팔을 벌려 반겨주셨다.


“잘 왔어. 우리가 먼저 와서 너희 집 좀 정리해 뒀지.”


어머님의 농담 한마디에 긴장이 풀렸다.


캐리어에서 디스코를 꺼내 하네스를 풀어주었다.


“누가 집에 왔나 좀 보세요.”

“디스코, 이제 자유다!”

“너무 신나 보이네!”


시스코는 꼬리를 바짝 세우고 화장실로 직행했고,

데이지는 붙박이장 안 핑크 담요 위에 앉았다.


시스코: “아~ 시원해!”

데이지: “아~ 편안해!”


아이들이 활기차게 움직이는 모습을 보니,

긴 여정을 잘 견딘 보상을 받는 듯했다.




숨을 돌리고 집안을 둘러보았다.

방마다 놓인 침대, 거실의 심플한 소파, 식탁 위의 식기들.

남편이 얼마나 세심하게 준비했는지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새 직장일 시작하는 것만으로도 힘들었을 텐데,

이렇게 다 준비하느라고 힘들었겠다. 정말 고마워.”


이번에는 속마음을 그대로 남편에게 말했다.


“아이들 데려오느라 여보가 더 힘들었지. 고마워.”

남편이 화답해 주었다.


“각자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한 우리, 참 잘했다!”

“시스코랑 데이지가 제일 고생했지.”

“험난했던 도전이 해피엔딩이어서 정말 다행이다.”


우리는 그렇게 자축하며 싱가포르에서의 첫날을 보냈다.




시어머니는 은퇴하셨지만,

함께 오신 이모님은 직장에 휴가를 내고 오신 터라

싱가포르를 즐길 시간이 많지 않았다.


시차 적응도 안 된 상태였지만,

우리 넷은 관광을 강행했다.


“관광객 모드로 지내는 첫 주, 신난다!” 했지만,

사실 모두가 체력적으로 힘든 한 주였다.




이틀째 밤, 방 한쪽에 놓인 여행가방이 눈에 들어왔다.


“이상해, 나 가방 두 개 가져왔는데, 왜 세 개지?”

“몰라, 엄마 건가? “ 남편이 대답했다.

“그래?”


그렇게 대수롭지 않게 넘기고 피곤에 지쳐 잠들었다.




며칠 뒤, 시어머니와 이모님이 귀국하실 날이 다가왔다.

그제야 어머니와 이모님께 여쭈었다.


“혹시 여유분으로 가방 하나 더 가져오셨어요?”

“아니, 하나만.”

“나도 하나만 가져왔는데?”


“그럼 저 가방은 뭘까요?”


우리는 우리 중 누구의 것도 아닌 검정 가방을 열었다.

파란색 폴로셔츠, 청바지, 밤색 가죽 워커.

모두 할 말을 잃었다.


가방에 붙어 있던 태그들은 이미 떼어버린 상태였다.

누가? 디스코 아빠가.

평소 정리정돈에 철저한 그의 습관이, 이번엔 도움이 되지 않았다.

몇 가지 가능성을 떠올렸다.


공항 수하물 찾는 곳에서 잘못 가져왔다.

택시 승강장에서 옆 사람 것이 딸려왔다.

택시 트렁크 안에 미리 들어 있던 가방이다.


이모님이 항공사 측에 문의하자, 챗봇이 안내했다.

“이용하신 항공사나 공항 분실물 센터에 신고하세요.”




다음날,

시어머니와 이모님은 출국 수속을 위해 항공사 데스크에 줄을 서셨고,

남편과 나는 항공사 직원에게 상황을 설명했다.


직원은 신속하게 무전을 치더니 우리를 인포메이션 센터로 데려갔다.


잠시 후, 공항 경찰 세 명이 다가왔다.

“왜 이제야 가져온 겁니까? 이게 얼마나 처리하기 어려운 일인지 아세요?”


남편은 바로 사과했다.

“정말 죄송합니다. 저희가 이사하느라 정신이 없어서… 이제야 알게 됐습니다.”


경찰은 한숨을 내쉬며 서류를 내밀었다.

“작성하고 가세요. 필요하면 연락드릴 겁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남편의 손이 차가웠다.


“긴장했었어?”

“아니, 나 남자 중에 남자야!”


잠시 후, 시어머니에게서 문자가 왔다.


“우리 무사히 탑승했어.”




그날 밤, 이제 정말 우리 네 식구만 남았다.


소파에 누워 있는 디스코


소파에 누워 있는 디스코를 바라보며 말했다.

“얘네 진짜 편해 보인다. 그렇지 않아?”


남편은 잠시 침묵하다가 고백했다.

“실은 나 아까 많이 긴장했었어.”


“그랬구나.

... 그나저나 가방 주인은 찾았을까?”


이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떠올리며 우리는 한바탕 크게 웃었다.




시스코와 데이지는 이미 새 공간에 적응 완료했다.

이제 엄마 아빠만 잘 적응하면 된다.


시스코, 데이지,

우리 행복하자.

아프지 말고.



‘디스코 싱여행기’ 끝.



곧 ‘디스코 싱여행기’ 에필로그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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