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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순만 Oct 13. 2023

낯선 시간 속으로

나를 찾아서

Trip. 01

낯선 곳에 오면

그 누구도 모르는 사람이어서 좋다.

문득 말 한마디를 건네도

그 사람은 새로운 사람이어서 좋다.


차가운 눈이 쌓이면

체온이 그대로가 따스함일 수밖에 없는,

혼자인 까닭에

그 누구에게도 여백일 수 있어 좋다.


함께한다는 것은 함께 할 수 없는 빈틈이 있고

함께하지 않는다는 것은 함께 할 수 있다는 빈틈이 있기에

혼자는 그 누구의 의식 영역에서도

자유일 수 있어 좋다.


낙엽이 날리는 쓸쓸함과 넉넉한 우울이

깊은 사색의 숲 속으로 나를 이끌고

그 어디쯤 길을 잃은 발걸음이

죽음이라 해도

삶을 놓는데 눈물이 나지 않을 것 같아서 좋다.


숨소리만큼 쏟아지는 입김,

연약하기에

더 강해지고 싶은 욕망,

삶을 연연하지 않아도 좋을 만큼의 성찰,


그건

온전히 내가 나를 가질 수 있는

나일지도 모른다.


하롱하롱

는 꽃처럼

낙엽처럼

눈꽃처럼

계절도 놓고,

그리움도 놓고,

눈물 나는 사랑도

하늘에 날리게 하겠지.


쌓이는 눈 속에서

마지막 입김이 멈출 때

무수한 별들은

하늘에서 빛날 때

나도 별이 되겠지.


Trip..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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