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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순만 Jan 13. 2021

어거스트 러쉬

유령이 된 듯한 도시 평택을 새벽 3시에 산책하면서.

 1. 천국에 눈이 쌓이다.

 천국에 눈이 쌓였다. 아니, 눈이 쌓여서 천국이다. 영화 <어거스트 러쉬>에서 마지막 장면은 어거스트가 결국은 이루지 못한 사랑을 이루기 위해 공연을 하는 것이었다. 기쁨이 눈처럼 쌓이는 순간은 보고 싶은 사람을 보고,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나 기쁨을 향유하는 것이다.

 


2. 기쁨은 영혼이 감동하는 순간이다.

기쁨은  '욕구가 충족되었을 때 가지는 감정이나 느낌으로  행복의 일종이면서  '긍정적인 피드백 매커니즘'이며, 쾌락적 요소이다.(위키백가 참조) 한자로 즐거울 (樂)이라고하고, 즐거울 락(樂)에 풀초(草)를 올려놓으면 약(藥)이 된다.


갑골문, 금문의 ‘악(樂)’자는 현악기의 줄을 묶어서 나무에 부착한 형태를 상형한 것으로 가리키는 것은 바로 이러한 종류의 현악기이다. 또한 모든 악기의 총칭이며, 후에 와서는 또한 넓은 의미의 음악을 가리키는 것으로 파생되었다. 음악소리는 듣기 좋아, 사람들로 하여금 행복함을 느끼게 한다. 그래서 ‘악’자는 또한 동사로도 사용되어 ‘기쁘다(喜悦)’, ‘유쾌하다(快乐)’, ‘즐겁다(欢喜)’ 등의 의미가 있다. 동사로 사용되는 ‘악’자는 [yuè]로 읽지 않고, [lè]로 읽는다.


樂이 무녀(巫女)가 신을 영접할 때 손에 쥐고 흔들었던 방울의 모습을 형상한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그래서 樂은 신을 '즐겁게 하는 것'이었고, 樂의 '음'은 신의 영혼을 불러내고 사악한 영을 떨쳐낼 수 있었다는 것이다.[1]

갑골문을 보면, 아래는 나무에 위에는 실을 엮은 모습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대부분 사람들은 이것을 일종의 현악기로 해석한다. 그러나 후에 설문해자에 들어와서는 큰북과 네 개의 작은북이 걸이대에 설치돼 있는 모습이라는 말이 나오는데, 이는 후에 형태가 바뀌면서 나온 말이다.[2] 


http://chinesewiki.uos.ac.kr/wiki/index.php/%E6%A8%82 
시라카와 시즈카, 『한자-기원과 그 배경』, 2017, p.237


 위의 글을 보면 기쁨의 요소에는 음악적 요소가 분명이 존재한다.  인간에게 기쁨, 슬픔, 괴로움은 어디서 오는가.  한 동안 음악이 아니라 침묵과 고통, 참기 어려운 인내를 감당해 가며 나는 어둠 속에서 살았다. 기쁨은 늘 음악적 요소를 지니지만 음악이 늘 기쁨만을 노래하는 것은 아니다.



3. 공포와 불확실을 수면(水面)아래 숨겨 둔채 의연하게 사람들은 살아간다.


 Private story

COVID 19로 2020년 12월 초 부터 내가 하는 일을 처음으로 멈추었다. 간간히 손님들이 찾아오기는 했다하더라고 전에 하던 일에 비하면 일이 아니었다. 창살없는 감옥에서 일을 멈춘 나는 처음으로 내게 미래에 대한 공포와 불안감을 수면아래로 가라 앉힌 채 나를 처음으로 만날 수 있었다.  이제 기쁨과 음악에 관한 영화를 한편 소개할까 한다. 물론 라라랜드, 보헤미안 랩소디, 비긴 어게인 등 다양한 영화를 소재가 있지만 이 영화는 동일시 효과가 가장 높았다.


4. 단 한 순간의 선택
August Rush

  영화 <어거스트 러쉬>에는 철저히 음악을 배경으로 한다. 감독 커스틴 쉐리단, 프레디 하이모어 주연의 이 영화는 첼리스트 '라일라 노바첵'(캐리 러셀)과 팝음악 '루이스 코넬리' (조나단 리스 마이어)가 하루에 우연히 눈이 맞아 건물 옥상에 놓인 벤치에서 하루밤을 보내게 되는데, 이 둘은 단 하루 사랑으로 끝나고 만다.


5. 만날 수 없는 서로가 만나 만날 수 있는 사람이 된다.

  노바첵의 아버지는 코넬리라는 놈을 경계할 수 밖에 없다. 상류사회에서 어머니 없이 키워온 딸을 길거리에서 하루 만난 놈에게 줄 수는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노바첵은 루이스를 잊지 못하고 루이스 또한 노바첵을 잊지 못한다.


  아버지의 죽음이 다가오자 딸에게 아이가 있다는 것을 알린다. 임신을 했지만 사고로 일어났을 때 아이가 죽었다고만 알고 있었던 라일라는 자신의 아이가 어딘가에서 살아 있다는 사실을 거의 10년이 되어서야 알게 된다.


   위저드(로빈 윌리엄스)는 만난지 며칠도 되지 않고, 처음으로 악기 기타를 치는데 환상적인 음(音)을 내는 어거스트를 보고 놀라고, 어거스트를 이용한다. 로빈 윌리엄스가 악역인 모습인 이 영화가 처음인 듯.


6. 우리가 숨을 수 있는 곳은 우리의 감옥이 될 수도 있다.

 Private story
   평택은 내게는 도피처shelter 같았다.  삶과 현실에서 쫓겨나고, 가족으로 부터 버림같은 비참한 시간이었다. 어느날 아이들은 데리고 아내가 사라졌다. 단 하루 만에 가족이 수증기 처럼 증발해 버린 것이다.

  너무 오랜만에 밖을 나온 탓일까. 계단을 오르는 것 조차 숨이 차다. 형편없이 망가져 버린 몸이었다. 새벽 3시는 어쩌면 모두가 잠드는 시간일지 모르겠지만 밤을 새워 노는 시간은 가장 하이라이트가 되는, 분위가가 가장 무르익은 결실이면서 시들어가는, 한 해로 치면 저물어가는 가는 가을같은 시간이다.




7. 벼락부자 VS. 벼락거지 - 생각이 미치지 못한 갈림길


2021년 1월은 자영업자들의 몰락에 정점이 될 만큼 황폐화의 시기였다. 공무원이나 직장인들, 소위 월급쟁이들이 오히려 더 나은 시기, 그리고 거리는 텅텅 비고 언제 문을 닫아야 할지 고민의 정점이 되는 시기였다. 물론 이 시기는 온라인 시장은 가장 좋은 시기이기도 하다. OFF-LINE의 붕괴와 ON-LINE의 대박, 가만히 있으면 벼락부자가 아니라 벼락거지가 되는 깃점이기도 하다.



  평택역을 중간으로 하여 로비를 통과하면 기차길를 넘어갈 수 있다.  텅 빈 로비에 사람은 없다. 이 로비를 통해 얼마나 많은 사람이 왔다가 사라졌을까.  이 길을 나를 사랑했던 사람도 걸었을까. 아니, 내가 사랑했던 사람이 걸었을까.

  

9. 이별은 또 다른 죽음, 쉽게 이별을 말하지 마라.


  이별은 살을 베어서 피가 흐르고, 가슴이 아려서 견딜 수 없는 상태이다.  이별은 죽음과 거의 동일시 되는 충격이다. 딸은 그 사이에 대학생이 되었고, 아들은 그 사이에 고등학생이 되었을 것이다. 한 참 성장의 시기에 나는 자유를 얻었다. 고통스런 자유, 아무리 많은 공부도, 아무리 많은 돈도 하늘로 증발하는 듯 했고, 끝없는 정신적 감옥에서 나는 좀처럼 빠져나가지 못했다. 자유로운 영혼은 '개뿔'이었다. 나는 어쩌면 무엇엔가 빠져 있는 '미친 정신병자'가 되어가고 있었던 것일까.


 

사람들로 북쩍거렸던 거리 또한 한 산하다.

10. 가장 유치한 모습이 가장 진실한 모습이다.

거리는 텅비고, 끝내 버티지 못한 가게들은 '임대'라는 현수막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세상에서 자신을 내 보이는 것은 부끄럽고, 유치하고 창피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가장 진실한 자신의 모습이기도 하다.  '이혼' 사실을 누군가에게 말하는 데도 3년이 넘게 걸렸다.

  돌씽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차별은 이혼을 해보지 않는 사람은 좀 처럼 이해하지 못한다. 아내에게 잘 해주었더라고, 한 부분 여자친구에게 잘 해 주었다라도 찌질하게 혼자가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11. 不雙하다의 어원


   '불쌍하다'하다의 어원을 살펴보면 '不雙'으로 쌍을 이루지 못하고 혼자가 되었다는 뜻이다. 그럼 불쌍한 사람이란 돈이 없는 사람이 아니고, 꿈을 이루지 못한 사람도 아니고, 바로 짝을 잃은 채 혼자가 된 사람을 뜻한다.



12. 세상을 바라 보는 두 눈이 짝이듯이 우리의 눈을 자신의 짝을 잘 찾으라는 뜻.


  라일라가 센트럴 파크에서 첼로 공연을 했다. 어거스트로 그곳에서 공연을 한다. 긴박하게 루이스는 공연이 있는 센트럴 파크로 뛰어간다. 어거스트의 공연, 수천만의 사람들이 어거스트의 공연을 바라 본다. 이 분위기는 LA에 있는 헐리우드 볼HOLLYWOOD BOWL 분위기와 비슷하다. 음악 또한 간절하고 슬프고 애잔하면서 경건함을 갖게 한다. 



인고의 세월의 바람이 분다.

아롱진 눈의 동공에 

하늘이 돌고 땅이 돈다. 
눈은 짝이 있어서

자신의 반쪽을 찾으라 한다.


| 두 눈|




▲ 추락하는 골퍼들이여, 그대의 추락은 날개가 있다는 증거이고 다시 비상할 수 있다는 희망이다. 골퍼의 종말은 추락이 아니라 비상을 포기하는 순간임을 명심하라. /삽화=방민준



13. 높이 있다는 것은 떨어질 때 충격이 크고 낮게 있다는 것을 오를 수 있다는 희망의 증거

  어떤 물건이 높게 있을 수록 떨어지는 충격이 클 수 있다. 우리는 많은 것을 가졌지만 가진 것이 없다고 한다.  사지가 멀쩡한 것으로도, 어느 부분 멀쩡하지 못하고 날개가 꺽였다고 해도 할 수 있는 것은 얼마든지 남아 있다. 벌거숭이로 태어난 내가 입을 옷을 잃고 설령 이별이 있었다하더라고, 그 사람은 혼자였다. 함께 있을 수 있었던 시간 조차 어쩌면 고마워하고, 감사해야 할 일일 수도 있다. 


14. 살아 있을 때 용서하라

  아침에 깨어나 그 누구도 그립지 않고 보고 싶지 않다는 것은 그 사람이 혼자만의 힘을 지녔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하지만 아침에 깨어나 그리운 사람이 있다는 것은 그 사람을 아직도 사랑하고 있다는 증거일지도 모른다.  살아 있는 때 용서할 수 있다면 용서하는 것이 좋다. 죽어서는 용서도 되지 않는다. 


15. 공평한 시공(時空), 공편하지 않는 세상

  벼락거지도 죽고, 벼락부자도 죽는다. 여기서 우리가 연연해 하는 것은 살아 있는 동안 행복하고 싶은 욕구이다. Incredible Night가 있기에 Incredible Day가 존재할 수 있다.  인간의 이별은 그 이별을 통해서 가슴아픈 것이 무엇인지 함께 하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깨닫게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16. 화살은 과녁에 쏘아야 한다. 멀리 쏘면 지나가는 행인이 맞아 죽는다.  삶의 목표를 정하지 않으면 살아갈 이유도 잊는다.

  우리는 서두르고 분주하게 세상을 뛰어간다. 어디를 향해서 뛰어가는지 가늠할 수 없다.  교통사고로 쓰러지고 깨어 났을 때 임신을 했던 아기가 죽었다는 말을 아버지에게 듣는다. 라일라는 자신이 가진 아이가 지상에서 사라졌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어거스트 러쉬는 언젠가 반드시 부모를 찾게 될 것이라 믿는다. 버려진 자신이라 생각하지 않고 언젠가 만남의 희망을 가지고 살아간다. 부모를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


16. 우리의 몸이 우리의 악기다. 언어가 우리가 연주해 낼 수 있는 잡음이 아니라 아름다운 음악일 수 있도록.

  우리의 몸은 움직이는 악기와 같다. 이제 세상에서 아름다운 말은 하고, 좋은 목소리를 내려고 노력해야 한다. 언어는 문명이 가져다 준 가장 큰 선물이고, 모든 의사 소통의 수단이면서, 논리적을 구조를 지닌 개념의 틀이고, 아름다운 금언(錦言)은 거대한 보물창고이다. 

어거스트러쉬와 루이스가 만난 것은 부자간의 처음 만남이지만 서로를 아버지와 아들인지 알지 못한다.



17. 욕심을 버리면 우린 너무도 많은 것을 가진 것인지도.

  욕심을 버리면 그 때 부터 우리의 마음은 여유롭다. 아무리 빚이 많아도, 아무리 재산이 많아도 죽을 때 가지고 가지는 못한다. 살아 있는 동안에 행복할 수 있도록 스스로를 위로하고, 잘 할 수 있다고 스스로에게 말하자. 지치고 멍든 영혼이 희망을 찾을 수 있도록. 지금 초라해도 당당해야 한다. 그래야 미래가 아름답지 않을까.



The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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