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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순만 Jan 18. 2021

온천(溫川)

지나버린 나를 씻고 희망을 꿈꾸라 한다.

물이 헤어졌다

또 만나는 것처럼.

만나야 할 사람은

다시 만난다


운명이 갈라놓아도

마음은 하늘에 닿고

땅으로 스민다.


출렁임을 멈춘 수면 위로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만큼
안개가 피어오른다.


슬픔이 넘쳐나는 것은

기쁨이 강물이 흘러가버린 것.


보고픔에 애타는 불길이 땅으로 스며

까맣게 타버린 가슴,

가슴 저미는 슬픔이

땅의 혈관을 타고 흐르는 걸까.


보고 싶은 사람,
위로받고 싶은 사람,
마음의 땅 속에 숨겨놓은 슬픔도

보물처럼 그 누구에게 보일 수 없다.


내 안에 슬픔이

따스한 숨결이 땅아래로 흐른다.


어째서 그토록 언 땅에

뜨거움이 흘러넘치는지
이제 지나버린 나를 씻어내고

희망을 꿈꾸라 한다.

땅 속에서

물이 끓는다.

땅은 여자처럼 뜨거운가 보다.

아니, 여자처럼 차가운가 보다.

땅은 얼마다 뜨거워서

용암을 분출시키고

그것이 단단한 바위가 되는가.


물은 헤어졌다 다시 만난다.

차갑게 만나고

또 뜨겁게 만난다.


땅이 품은 물은

그렇게 곱고 맑다.

그리고 또 뜨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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