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잃어버렸다
얼마나 걸었는지
기억나지 않아 송장처럼 누웠다
나도 좀 쉬고 싶다
어디로 가야할까
죽음 만큼 공평함은 없다.
안개는 스멀스멀 생명처럼
신비하게 피어오르고
나는 어쩌나
어쩌나
갈 길을 잃었다
아름다웠던 기억은
쭈굴해진 주름의 이랑에 심어
그리움이 이스러질 때
살랑거리는 풀잎같이 곱다.
눈씨울은 훔치지 말고,
떠나는 길목에
눈이 날리고 쌓이고.
시간이 흔적도 지울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누구나 마지막은
빚지고 떠나는 것,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훌훌 뭐든 털어버리면
쉬원한 마음이겠지.
그러고 보니,
갈 곳이 어딘지
다 알고 있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