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는 거의 날마다 칼을 갈았다.
숫돌에 물을 적시고
칼에도 적시며
칼 날에 손가락 끝을
닿아 보면서 베는 정도를 가늠하면서,
그러다가 베이시면 어쩌시려고.
나룻배를 타고
덤장에서 잡아 온 생선들,
이제 파닥거리며
몸부림치는 생선의 배를 따려고.
칼 날이 배를 헤집고 나면
핏물에 내장이.
끔찍하고 선명한 잔인함에
얼굴을 찡그렸다.
나는 마흔이 넘어서도
물고기 한 마리
죽이는 것조차 겁이 나는데.
무서운 것은 또 있다.
여물을 절단하는 작두,
볏짚을 써는 작두는 팔목을
자를 만큼 끔찍했다.
그 지푸라기를 가득담은 솥단지에
물이 끓어오른다.
장작불에 고구마 던져서
부지깽이로 꺼내먹을 때
무지무지 뜨거워서 바닥에 떨어뜨리곤 했다.
한쪽 귀퉁이가 까맣게 탔어도
노란 알맹이가 고소한 맛을 냈다.
아궁이는 이제 사라졌고
할아버지는 뒷동산 무덤에 누워계신다.
술 한 잔 올리고 절 할 때도
일어나시지 않으신다.
나룻배도 없고 생선도 없고
숫돌에 칼 가는 소리도 나지 않고
대나무 숲에 바람소리가 밤을 흔든다.
적막한 한 밤에 바람은 귀신처럼 불고
집 주위를 에워싼 대나무를 흔들어 댄다
아직도 시골집이 머물면
귀신이 나올 것 같이 무섭다.
소를 잃어버려서
매 맞을 때는
세상이 그것으로 끝날 줄 알았는데
할아버지가 누워계시듯
나도 먼 어느 날
어디 쯤 누워있으려나.
Inspiration
억지같이 시간이 지나간다. 시간도 속도를 가지고 있는지 모른다. 지구가 태양의 주변을 회전하는 모습을 형상화 한 것이 용(龍)이라고 한다. 꿈틀거리며 벌거벗은 시간, 그 시간은 화살처럼 순식간에 스쳐지난다. 얼굴에 스쳐 스쳐 얼굴 한 쪽의 볼에 활촉이 스치고 피가 방울지듯. 나는 얼굴을 문지르고 손을 본다. 세월에 피, 선명하지만 흐릿해져버린 기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