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꽃
산을 오를 생각으로 오른 것이 아니라 산이 나를 부르는 것 같아 잠시 산을 올랐다.
나무 계단으로 오르는 소박한 계단이 '천국의 계단'(天國의 階段 / Stairway to heaven, SBS 2003~2004) 같다. 봄 햇살에 나무들은 새싹을 돋아내려고 몸이 근질거릴 것 같다. 자연은 오르면 오를수록 경이로움을 느끼게 한다. 산을 오른다. 산은 어쩌면 늘 나를 기다리고 있지만 오라는 말도 가라는 말도 하지 않는다. 다만 산은 거기에 있을 뿐이다.
쓰러져 얼마 동안이나 나무는 얼마나 누워 있었던 것일까. 뿌리째 뽑히는 듯한 쓰러짐에도 나무는 말이 없다.
속 것을 모두 게워낸 듯한 나무에는 다람쥐 같은 작은 다람쥐의 집 같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