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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순만 Mar 08. 2021

봄 산책

숨은 꽃


 산을 오를 생각으로 오른 것이 아니라 산이 나를 부르는 것 같아 잠시 산을 올랐다. 

  나무 계단으로 오르는 소박한 계단이 '천국의 계단'(天國의 階段 / Stairway to heaven, SBS 2003~2004) 같다. 봄 햇살에 나무들은 새싹을 돋아내려고 몸이 근질거릴 것 같다. 자연은 오르면 오를수록 경이로움을 느끼게 한다. 산을 오른다. 산은 어쩌면  늘 나를 기다리고 있지만 오라는 말도 가라는 말도 하지 않는다. 다만 산은 거기에 있을 뿐이다. 

고목

아무렇게나 쓰러져 있는 나무가 보였다. 어느 날엔가 하늘을 향해 우거졌을 저 마다도 쓰러지는 동안 그 무슨 까닭이 있었을 것이다.


 쓰러져 얼마 동안이나 나무는 얼마나 누워 있었던 것일까. 뿌리째 뽑히는 듯한 쓰러짐에도 나무는 말이 없다. 

속 것을 모두 게워낸 듯한 나무에는 다람쥐 같은 작은 다람쥐의 집 같다는 생각이 든다. 



몸 통이 잘려나간 텅 빈 공허 속에 희망의 버섯이 둥지를 튼다. 어둠 속에서도 기쁨의 싹은 결이 지어 핀다

 

건조하고 목마른땅에서도 뿌리를 내린 나무가 생명의 혈관을 타고 노란 봄 꽃망울을 터트리며 피고 있다. 수줍은 채 꽃망울을 터트리는 생강나무.

생강나무
나무의 혈관

 소나무가 빽빽하게 없으면서도 땅 아래로 혈관을 타고 번지는 것처럼 뿌리가 번지고 있다.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이 보이는 듯하다. 


 봄 꽃이 활짝 피었다.  마음에도 이런 꽃을 활짝 피울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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