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만 누워버렸다
버티고 버티던 세상은 이제 그만.
내가 지탱하던
그 모든 것을 게워내고,
동그랗게 안으로 파고드는
나이도 비워내고,
바람이 스쳐 지나면
흘러온 세월도
흘러가는 세월도
흘러갈 세월도
수분이 온전히 모두 빠져나가
영혼마저
자유롭도록,
나는 누워있다.
아주 가벼이 온 세상의
그 무슨 일에
개의치 않고
그 누구의 시선에 아랑곳없이
그저 온전히
그 산 어디쯤에서
누워 있고 싶다.
시간이 멈추든
시간이 가든
비가 내리든
천둥이 치고 번개가 번쩍 거리든
사계절이
새처럼 날아와 떠나가도
꽃이 피고 지든.
온전히
눕는다. 나무는.
그 숱한 벌레도
이끼도
토끼
다람쥐
뱀도,
온갖 짐승들이
지나는 것도
아랑곳없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