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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순만 Jun 15. 2021

페인트

집을 수리하다

 낡은 집을 새롭게 고치는 일에서 한 몫을 하는 것이 페인트이다. 수많은 색상에서 사파이어 블루sapphire blue를 택한 것은 바다가 그립기 때문이었다.

 여기에 도어락은 짙은 스레이를 택했다. 공간에서 문은 안과 밖을 구별하는 매체이다. 자물쇠를 밖에서 잠구는 방법도 있었다. 안에서 갇히면 못나가는 것은 밖에 열쇠가 존재할 때였다.

  시간이 너무 빨리 흘러서 무슨 일을 했는지 조차 기억나지 않을 때가 있다.

   6월 14일 서울에서 부모님이 오셨다. 이사를 직접해서 집이 난장판이었다. 식탁에 쌓여있는 것들은 대학원 보고서를 쓰고 출력해놓은 물건들이 잔뜩 쌓여 있었고, 밥을 먹을 때 조차 식탁에서 잡동사니stuffs를 치우고 먹어야 할 지경이었다.  부모님이 오신다기에 식탁이 밑이라도 보여야 한다는 생각에 식탁보를 통채로 들어 박스안에 넣었고 필요한 물품만 몇개를 올려놓을 정도였다.


   지난 밤 세탁실을 페인트하기 전에 무엇을 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페인트 칠할 수 있는 붓을 새롭게 사지 않으면 안된다는 사실 말고는 기억이 까마귀이다. 부모님의 시찰이 올 가능성이 있다면 그나마라도 치워야 한다는 생각에 박스를 추스려 냈고 바닥을 쓸었다.


  새벽에 일을 하고 돌아왔던가. 단 3시간 정도 밤거리에서. 아마 그랬던 것 같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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