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에 관한 성찰
흐물거리는 몸을 추스를 수 없다.
아주 오래 입고 다녔던 옷을 버릴 때가 온 것일까.
수십 년 오래 입은
나의 옷을 벗어던지고 싶은 것일까
무릎에 흉터가 있고,
어느 날 수술을 해서 배를 갈라내고
내장을 잘라내고 다시 이어놓은 옷,
꿰매 놓은 흔적이 오랜 세월에 다시 아물고
바느질한 흔적을 만질 때는 그때가 떠올라 눈물이 나
뜨거운 기름에 데었던 손등과
자꾸 주름이 보이는 나의 얼굴에
가면을 써야 하는지
나의 옷은 이제 벗어던져야 할 시간이 오기라도 한 것일까.
사랑을 만나면 내 옷이 수선이라도 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