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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순만 Feb 08. 2022

비밀의방

강창민의 모방의 즐거움

너를 가두고 불을 끄면

거스를 수 없는 너와 나의 비밀,

방문에서 개 한 마리가

거친 숨소리가 걱정스러워 
부시럭거린다


하늘에 번개가 치고

천둥 소리가 요란하고 허공에서

쏟아지는 빗소리, 

죽을 만큼 기뻐서 울부짖는 비명소리,


누구도 찾지 않는 깊은 산 속
가장 후미진 계곡에서는 

물소리가 시끄럽겠지


나의 초라한 맨 살에 손닿을 때마다

기쁨이 번지고

너에게 그만 젖어버리고 싶어.


 비밀의 방/ 동중서

'비밀의 방'이라는 시는 강창민의 <밤 도시의 노래>라는 시를 모방한 글이다.

그럼 강창민의 시의 전문을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방문을 잠그고 불을 끄면

보이지 않는 것은 벼랑

우리가 매달린 절망의 벼랑

손 내밀어 서로를 쥐면

칡넝쿨에 매달린 겨울 칡잎처럼

우리는 서로의 손아귀에서 함께 부스러진다.


밤 도시의 노래 /강창민 

(출처: 김현, 젊은 시인들의 상상세계- 말들의 풍경, 문학과지성사, 1992. p.62)

강창민의 시는 노골적이지만 적나라지 않고, 야한 듯 야하지 않다. 
시인의 상상의 자유를 여과없이 엿볼 수 있는 시이다. 


출처: 교보문고


이를 잡듯이
제 마음 잡을 수 있을까?
엉거주춤한 이 물음표를 곧게 펴
시위에다 걸고
멀리 멀리 날려보낼 수 없을까?
가수여, 헛되이 노래하는 가수여
물음표로 노래하지 말아다오

마음을 똥으로 바꿔
누어버릴 수는 없을까?
느낌표를 물음표로 바꿔
내 등뼈를 찍은 건
누구였을까?
비가 느낌표로 내릴 적에
물음표로 맞는 그대여


물음표를 위하여 / 강창민 


시인의 물음표?에서 '?'를 활bow로 보는 것으로, 소쉬르의 기호학적인 접근을 엿볼 수 있다.

한글에서 'ㅅ'이 사람 인(人)같은 느낌을 주거나 영어에서 'O'가 입모양의 '오'로

동그란 느낌을 주거나, K가 날카로는 느낌으로 'knife, king, knight' 느낌을 주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는 느낌이 있다.

구름은 보여도 구름 속은 보이지 않는다.

하늘이 까맣게 구름으로 뒤덮이면

비가 올 징조,

내 마음이 까맣게 너의 생각으로 뒤덮이면

망설일 때 그 무슨 말도 떠오르지 않아


내리는 비에 

벌거벗은 땅은 젖어고

들판에 쏟아지는 빗방울,

나는 그만 넋을 잃은 듯 멍하다.


사람은 보여도 사람 속은 보이지 않는다

너를 보아도 너의 속은 보이지 않는다.


구름  /동중서




강창민의 시를 비평가 김현은 <죽음과 외로움>이라는 제목으로 기술하고 있다. 


파도는 보여도

바다 속은 보이지 않는다. 

<표류자, 표류자여> / 강창민


 <구름>이라는 시는 강창민의 <표류자, 표류자여!>라는 시를 읽으며 모방한 시이다.


한 사람은 언제나 죽음과 외로움에 노출되어있다.
함께 있어도 외로울 때가 있고, 혼자 있어도 외롭지 않을 때도 있다.
정말 외로운 사람은 외롭다는 말도 나오지 못할 만큼

몸도 마음도 마비paralyzed 가 되어버려 말이 나오지 않는다. 

외로움과 괴로움,

어딘가 닮은 것 같지 않아.

사람과 사랑이 닮은 것 같아

라임이 같은 묘한 

언어의 언어는

마음과 마음을 잇는 다리가 되고,

압운이 되고 각운이 되고,

그만 그만한 사람들끼리
그렇게 살아간다.


라임/ 동중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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