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것은 바람보다 약하다>는 등단시집이 있는데 2006년 신춘문예 등단한 것 말고는 나이는 알 수 없는 여류시인다. 최승자, 문정희, 정용화, 이해인, 김남조 등의 시인들이 문득 떠오르는 시인인데, 최승자는 어휘가 좀 과격하다면 문정희는 물처럼 부드럽다. 정용화는 다른 시인처럼 알려지지도 않지만 드러나지도 없고 유명세도 없어도 뭐라 함부로 말하기도 무례할 것 같고 그녀의 시는 존경스럽다.
'그을음이란 뜨거움에 대한 기록이다/타고 난 재는 식어버린 열정이다.' 이 시어는 마치 용광로 속에서 뛰쳐나오는 용(龍)이나 불사조가뛰쳐나오서 날개짓이라도 하는 듯 하다. 시는 단정하면서도 긴 여백 혹은 메아리가 있다.
흉터는 지난 날의 상처를 기억하고 있다. 떠올리고 싶지 않아도 떠오르는 모진 기억이다.
저만히 숨기고 싶은 아픔의 비밀의 상자,
내보이고 싶지 않는데
들 킬 것 같고, 들킨 것 같다.
알면서도 묻지도 못한다.
<흉터>/ 김순만
저마다 각자에게 떠오르는 흉터는 다른 형태로 상처가 기록될 것이다.
평론가 김현의 표현을 빌리지면 '죽음은 늙음이 아픔이나 마찬가지로 인간의 육체가 반드시 겪게 되는 한 현상이다.'(2)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