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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순만 Nov 22. 2022

아델라인

 멈줘진시간


"영원히 잊을 수 없는 말을 해주세요!"

 잊을 수 없는 순간이 될만큼 아름다운 순간에 우리는 무슨 말을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

출처:TV데일리



과거는 가끔 생생한 현재가 될 때가 있다. 인간의 기억은 상상할 수 없는 모든 것을 담고 있다. 기억은 단지 잠을 자고 있을 뿐, 빨래를 하지 않는 옷처럼 그 시간, 그 장소, 그 시간에 바람과 체온이 느껴지는 것 까지 온전히 기억의 창고 어딘가에 저장되어 있다.

 

 영원이 잊을 수 없는 아름다운 순간에 잊을 수 없는 말을 한다면 무슨 말을 할까.


기억하고 싶은 것과 잊고 싶은 것, 그리고 우리 자신도 모르는 여과filtering를 하고 싶고, 버릴 것과 버리지 말아야 할 것에 대한 분별력은 어디서 오는가.


정적silence처럼 멈추어 버린 낯선 시간 속에 분홍으로 물든 단풍잎이 떨어질 때 숨이 막힐 만큼 벅차게 기대와 호기심으로 사랑하는 이를 기다리는 순간은 아름다운 순간일 것이다. 한 영혼은 그런 심장이 뛰게 하는 사랑을 하고 싶어하고 그것이 그 어떤 순간보다 아름다운 순간이다. 낙엽이 떨어져 날리는 순간만큼 벚꽃잎이 추억의 사진이나 기록으로 남을 만큼 의미있는 시간을 우리는 끝내 가슴에 아로세기고 기억하고 싶어하는 마음에 겨워 셔터를 눌러 그 순간을 추억과 회상의 도구로 미래의 어느 순간에 과거를 뒤척거리며 기쁨을 기억하고 싶어한다.



<The age of Adaline>은 타임슬립time slip영화라기 보다 있을 수 있는 기적의 개연성이 번개lightning을 통해서 나타난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채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여인이 눈길을 차로 달리다가 벼랑으로 추락하고, 차는 물에 빠져 수몰되고 여자는 죽는다.

  허망한 죽음이다.  사람은 그렇게 죽는다. 예고도 없고 어느 한 순간 불현듯 찾아와 삶에서 죽음으로 한 사람을 데려가는 것이다.


  번개가 하늘에서 내리치고 폭우가 쏟아지고 여자는 수장된 자동차에서 흔적없이  세상을 떠난다. 그러나 다시 번개가 치고 멎어버린 심장이 번개를 충격으로 다시 뛰고 여자는 겨우 자동차 밖으로 뛰쳐나온다.


나무위키 참조

 살아남는다는 것surviving은 질척거리는, 진흙탕에서도 어떻게든 발버둥치는 것이며 그만큼의 첨예한 생존의 의지를 수반해야 한다.


 보우먼은 그렇게 살아남지만 그녀는 그 시간에 성장이 멈추고 나이도 먹지 않은 여자가 된다.


 나이가 멈추는 것은 딸과의 동행이다.  골든게이트의 추락사로 사망한 남편을 우연히 만난 것은 그곳 해변을 걸을 때 모자가 바람에 떨어졌고 그것을 주워준 남자가 남편이 되었다. 엔지니어로 일했던 남편이 죽고 누구도 만나지 못했다.

  

  아이가 커가고 여자는 늙지 않는 여자가 의아해서 FBI팀은 그녀를 연구대상으로 차에태우지만 가까스로 차의 트렁크로 탈출을 한다. 그리고 바우먼은 그들을 피해 살아간다. 수십년 전에 찍은 사진과 동일한 자신의 비밀은 딸이 알고 있다. 그녀는 자신의 거처가 알려질 때 마다 지겨울 정도로 이사를 해야했다.

 프로포즈 하려고 반지를 준비했지만 바우만은 이 남자의 상처가 염려스러워 택시를 타고 지나친다
            
        
    


늙지 않는 엄마
엄마보다 늙어버린 딸
프로포즈 하려고 반지를 준비했지만 바우만은 이 남자의 상처가 염려스러워 택시를 타고 지나친다



  철저히 자신을 숨기지만 한 작가는 그 사람을 집요한 우연과 필연을 만들며 구애한다. 동행했던 여자를 내버려 두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그녀가 뿌리치는데도 택시를 세워 그녀와 대화를 하려한다.


  

만일 우리 자신에게 이런 삶을 살아야 한다면?

  늙지 않는 삶을 경험은 불가능한 일이다. 그럼에도 영화가 제시하고자 것은 무엇일까? 사랑이 우리 삶에 남겨놓은 지대한 영향력?, 아니면 보우만(블레이크 라이블리)의 매력, 사랑을 상실한 사람이 새로운 사랑을 해도 되는가.


  사랑에 대해서는 '누구든지 아주 사소한 잘못이나 의도치 않는 행동에서 그 사람은 떠나 버릴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폭탄처럼 안고 있다. 남여의 관계에서는 사소한 말 한마디 행동, 한 사람의 기쁨이 현재에 사랑하는 사람에게 '주머니 속에 송곳(낭중지추,嚢中之錐)처럼 삐저나올 경우도 있다.


  상대는 아무 생각없이 자신의 생각을 말했을 뿐이지만 그 의견에나 생각에서는 상대가 싫어하거나 힘들어할 수 있는 어떤 요소들이 내재되어있을 가능성이 높다. 상처scar를 많이 받은 사람은 더 강렬하고 아름다운 어떤 우아함이 몸에 배어있다. 상처로 인해 상처가 되지만 상처로 인해 아름다운 또다른 면도 있다.


  '굽은 나무가 온전히 자신의 삶을 살 수 있다'(曲卽全,도덕경 22)라고 노자의 도덕경에는 말하는 데 이 말은 삶에서 난관과 어려움의 힘든 것을 많이 겪은 나무가 온전히 자신의 삶을 살아간다는 뜻이다.

*노자(老子)의 도덕경(道德經)중 도경(道經) 22장에 보면 노자는 曲則全枉則直(곡즉전 왕즉직)이란 말이 있다. 이를 직역하면 ‘굽히면 온전할 수 있고 휘어지면 곧게 펼 수 있다’는 말이다.

 窪則盈弊則新少則得多則惑(와즉명폐즉신 소즉득 다즉혹)이란 문장이 이어지는데 이는 ‘움푹하면 채울 수 있고 낡으면 새로워질 수 있으며 가진 것이 적으면 얻을 수 있고 가진 것이 많으면 미혹에 빠지게 된다’고 피력하고 있다.


나는 곧은 나무보다

굽은 나무가 더 아름답다.

곧은 나무의 그림자보다

굽은 나무의 그림자가 더 사랑스럽다.

함박눈도 곧은 나무보다

굽은 나무에 더 많이 쌓인다.

그늘도 곧은 나무보다

굽은 나무에 더 그늘져

잠들고 싶은 사람들이 찾아와 잠이 든다.

새들도 곧은 나뭇가지보다

굽은 나뭇가지에 더 많이 날라와 앉는다.

곧은 나무는 자기의 그림자가

구부러지는 것을 싫어하나

고통의 무게를 견딜 줄 아는

굽은 나무는 자기의 그림자가

구부러지는 것을 싫어하지 않는다.


정호승  <나무에 대하여>. 창비


 영화의 해설에서 전체를 관통하는 생각의 영토가 바로 천문학astrology이다.  태양이 물을 관장한다면 달은 물은 관장한다. 비가 내리는 날에는 하우먼에서 늘 무슨일이 생긴다. FBI가 자신을 납치해서 가거나, 앨리스를 피해 도망쳐 나왔던 날 교통사고가 났던 날도, 그리고 처음 교통사고가 났을 때도 그렇다.



  영화는 바우먼이 29살을 살지만 107살의 나이에 흰머리를 발견하고 자신이 평범한 삶을 살게되는 것으로 마지막을 장식한다.


시사점


  아델라인 바우먼은 온전히 자신의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한다. 평범하고 자신이 추구라는 것을 꾸준히 추구해 간다. 책을 좋아하고 우아하며 뭔가 색다른 것은 없다.

  

  동행하는 반려동물이 새끼를 낳고 또 새끼를 낳는 동안 삶은 이어진다. 흑백사진에 놓여 있던 자신이 수십년이 되어도 현재에 그대로다. 바우면의 의식이나 생각은 발전하고 변화하고 진화하지만 그렇다고 특출난 행동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사랑하는 앨리스집에 초대되어서 집에 방문했을 때 그녀는 옛연인이 자신이 사랑하는 앨리스의 아버지를 만나게 된다.

  

  늙어버린 한 청년과 늙지 않는 여자, 한 때는 강렬한 사랑으로 잊을 수 없었고 잊지 못했던. 그리고 윌리엄 존스 (해리슨포드)는 자신이 의대생이었고 그녀와 함께 했을 때 손이 긁혀 꾀메주던 상처를 보고 그녀가 누구이고, 과거에 동일인물임을 추정해 낸다.

  

  아득한 과거속에 파묻힌 자신의 기억속에 여자가 현재에 나타난 것에 대한 당황, 윌리엄은 안경을 쓴 늙은 사내였다. 하지만 마음은 그때와 다르지 않다.


   우리의 삶에서 갑작스럽게 과거가 나타났을 때 어떻게 대할 수 있을까.


  혼자있는 것이 익숙해지면 누군가 나타나기만 해도 많은 것을 의식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린다. 배려해야 하고 대접해야하고 의식해야 한다.  외로워도 혼자에게 익숙해지면 그것은 거의 저도 모르는 화석화fossilization이 가속화된다. 누군가 다가서면 피하고, 다가가는 것은 더 겁이 난다.

  

  쉽게 떠나려면 어느 누구에게 나 자신이 각인되거나 기억되는 것 조차 무의미하다. 게다가 체계성과 단정한 여과없는 글은 나 자신을 부끄럽게 할지도 모른다.


 애띤 얼굴에 뭔지 모르는 세련됨이 없다고 해도 진솔하고 멋지다. 어림은 멋진 옷을 걸치지 않아도 아름답고 모든 것이 용서가 되는 힘을 지니지만 늙음은 무한 책임과 언어에 대한 진중함을 지닌다고 해도 애정에 관해서는 어린아이 같이 여리고 뛰어갈 수 있을 만큼의 두군거림의 감정의 영토에 꽃이 필때도 있다.


 짝을 잃어버리고 놓쳤을 때는 유독히 긴 시간동안 혼자여야 한다. 그리움의 시간 조차 지워지려면 몇개의 계절이 지나야 했다.


  바우만 처럼 나는 내가 추구하는 고단한 시간을 지나쳐야 했다. 세련된 옷을 입을 시간을 잊어버릴 만큼 나는 혼자일 수 있는 지금을 감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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