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갈처럼

2023 몽환적 다짐

by 김순만
조명호 서각창작반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인가. 길을 제대로 가려면 마음의 지도를 찾아야 한다. 철학적 신념의 지도가 미래를 만든다. 과도한 규칙은 스스로 만든 감옥이지만 단련하다 보면 익숙해지고 익숙해지다 보면 그것도 습관이 된다.


흘러가는 물처럼 바람처럼 살면 또 어떤가. 물처럼 흘러가는 것도 질서가 있고 바람이 가는 길도 분위가 있다. 대기의 기운도 강할때와 약할 때가 있다. 사계절을 지키는 시간처럼 한 사람에게도 계절이 있다. 뜨거울 때와 차가울 때, 그리고 손끝에서 느껴지는 바람의 스치는 느낌이 기쁨을 만들기도 한다.


언어의 단정함이 그 사람의 내면의 모습이다. 거칠고 매정하고 과격한 언어보다 단정하고 정감이고 애교있고 인정이 넘치는 말은 듣는 사람도 기쁨이게 한다.


많은 것을 배웠어도 예절이 없고, 많은 것을 가졌어도 겸손이 없으면 배움이 헛된 것이며 풍요로움도 누릴 줄 모른다. 구두쇠 같이 아껴서 창고에 가득찬 보화도 죽음에는 가지고 갈 수 없다. 부유하다는 것은 내어줄 수 있는 넉넉함이 있다는 것이고 그렇다고 아무렇게나 낭비하기 보다 적절한 용도에 맞는 소비가 필요하다.

Coffee Beans


사람에 연연하지 마라. 모든 인간은 이기적인 유전자를 가지고 있고 그런 까닭에 바라고 주면 서운하다. 누군가를 서운하게 하고 원망을 사서도 안된다. 아름다운 거리는 나무가 제대로 클 수 있도록 돕는다.

세상 사람의 거의 모든 행복과 불행이 인연에서 온다. 인연에 과하게 연연하다 보면 생각이 갇히고 삶이 갇힌다.

열심히 공부해서 많이 알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이라 생각하면 착각이다. 공부는 세상을 인식하기 위한 수단이지 공부자체가 목적이 될 수는 없다. 공부는 자신의 정신을 수양하는 과정이고 이 또한 과하면 소중한 인연을 잃고 사람을 잃는다.

사람은 모두 떠나고 나 또한 떠날 것이나 결코 사람을 여타의 이유로 소홀해지지만 연연할 필요는 없다.

누군가는 내 사람이다 아니다로 연연하는 것은 사람에 갇혀서 성숙한 영혼이 될 수 없다. 소중한 인연을 소중히 여기지 말라는 뜻이 아니라 옛사람을 소중히 여길지라도 진정한 자아를 잃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늙음은 서두르지 않아도 올 것이고, 앎이 많다고 하여 결코 온전한 삶이라 말할 수 없다.


( 김향기 작 추정, 출처 불분명)

하얗게 눈이 쌓인 시골길을 걷다 보면 유년의 정서에 뛰어드는 것 같다.

하늘로 번져가는 빛과 어둠에서 세상은 날아가는 새처럼 공허하다.


아무리 아름다운 사랑도 목숨을 넘어설 수 없다. 눈이 쌓이고 그 눈길을 걷는 그 순간순간의 기쁨이 현재이다. 어제를 덮고 아무도 밟은 적이 없는 눈길을 걷는 제각기 자신의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화려하지 않아도 눈이 오면 화려하고 눈이 녹으면 그 화려함도 번거롭고 질척이는 슬픔이 될 수 있다.


세상에서 지치고 힘들 때 그 무엇이든 울면 보듬어 주고 달래주던 할머니 품속의 아이처럼 낡은 집 혹은 익숙한 집에 가면 집을 낡았어도 마음은 부자가 된 것 같다.


무기력은 그 사람의 미래를 망치고 현재도 망친다.


낙엽에 뭐라고 쓰여 있는데

모두 젖어버려서 슬픔만 읽히는 것 같다.

뭔가 전할 말들이 엽맥으로 번진 듯.



가을이 하늘로 번지면

낙엽이 부스러질 만큼

죽음만큼 간절한 사랑을 해야 견딜 수 있을 것 같다.

병천 아우네 장터거리


멀리 가는 길도 혼자 걷는 것과 누군가 함께 걷는 것이 다를 것이나 혼자 걷을 때 나는 마음 가는 대로 발길 닿는 대로 갈 수 있어서 좋다. 텅 빈 거리는 발걸음을 기다리는 것 같다.

How many tigers are there in the picture?

보고 있다고 다 보는 것은 아니다. 보이는 것뿐만 아니라 보려 해도 안 보이는 것들이 많고, 설령 보았다 해도 다 기억되지 않는다. 인간은 기쁨의 순간보다 아프고 상처가 되는 것을 더 뚜렷하게 기억하고 각인한다.

나를 쌓아가자 언제 무너질지 모를지라도. 날나다 나를 죽이고 다시 태어나면 되며 새로워지면 되는 것이다.


사랑은 잡으려 해도 잡히지 않는다. 다가가는 사랑도 하지 말고 다가오는 피해가야 할 것 같다. 사랑은 늘 허기지다.

글을 함부로 쓰지 말자. 말을 아끼고 절약할 줄 알아야 한다.

나도 나를 하늘로 날려 보내자. 이제 조금씩 몽환적이고 비현실적으로 살아야겠다.

머리에 꽃도 꽂고 입술에 장미꽃도 물고, 혼자 있을 때는 정신이 나간 사람이해도 누가 뭐라하겠는가.

샤갈

화실에서 그림도 그리고, 건방지게 담배도 입에 물고 독한 술을 마시면서 마음에 안 드는 도자기를 깨뜨리기도 하고 산속에 가서 토끼들이 지나갈 것 같은 곳에 낮잠도 자고.

사랑은 제발 절박하지 말고 약속하지 말고 쉽게 보낼 수 있지만 가슴아픈 사랑이어야 한다. 너만이라든가 나만이라든가. 꼭 만나야 한다든가 그런 사랑 말고, 가슴을 칭칭 동여맬 수 있을 만큼 슬픔인채로.

마음의 현을 울리는 사색이고 싶다. 제발 얼굴이 팔리거나 알려지지 않고 나 죽는 날에는 나를 남기를 않기를 바라면서. 나를 기억하는 사람이 없기를 바라면서. 결코 성공에 연연하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을 읽고 그 마음을 따르고 실천하는 것에 마음을 두기를. 그 무엇에도 연연하지 않고 안개처럼 바람처럼 가벼움이기를. 내가 나를 놓아주어서 온전히 자유롭기를. 그리하여 진실한 영혼의 시어가 감동일 수 있기를.

제발 절박한 사랑이 아니기를. 사랑하는 이의 마음을 읽어주는 남자가 되기를, 그럴 일이 없어도 괜찮다고 말할 수 있도록.

Meeting between the heaven and the ocean

강가에서 멍 때리며 앉아있기. 누군가 길을 물어보면 반대방향으로 가르쳐주기. 그러니까 사람을 믿으면 안 된다는 사실을 그 사람은 알게 되겠지.

사람을 마음에 담지 말고 사랑을 마음에 담자. 세상은 대충 스쳐 지나가는 것이니, 나를 치우는데 번거롭지 않도록 하나 둘 정리하면서, 갖으려 하지 말고 비우는 마음으로.


한 해는 반드시 아무것도 이루지 말고 많이 놀고 많이 자고 좋은 사람도 만나지 말고 나쁜 사람도 만나지 말고 가슴 시리도록 슬프고 눈물겨운 사랑을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