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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순만 Jan 15. 2023

기억의 숲

기억의 숲을 헤매다...몽환

속에서 길을 잃었다.

해안가는 멀리 보이고,

그곳이 어디였을까.


한 소녀가 물었다.

뭐라도 묻긴 했는데,

소녀를 잊지 않고 기억에 새겨놓고 싶을 만큼,

눈이 유난히 크고

백옥처럼 피부가 하얀 얼굴,

그리고 일순 소녀는 사라져 버렸다.


속에서 길을 잃었다.

시간이 거꾸로 흘러버린 것일까.

무척 시끄럽고, 축제 분위기의 어떤.

어째서 소녀의 알 수 없는 슬픔이

불꽃처럼 뜨거워서,

가슴이 흔적처럼 남았다.


번개처럼 스치는 짧은 시간이었다.

긴 시간이 주어졌다면,

소녀의 그 어떤 가슴 아픈 사연을 위해

소녀 앞에선 수줍은 소년이고 싶었다.


누구이게도 말할 수 없는 소녀,

태초에 태어나

순수함을 가득 담고

슬픔도 가득 담고

안갯속으로 사라져 버린 소녀,


속에서 길을 잃은 것은

아마도 소녀를 찾다가

길을 잃었고,

기억의 산길을 헤매다가

안개에 갇혀 버렸기 때문이다.


소녀는 대체 누구였을까.

나는 기억할 단서도 없는,

뭔가 많은 말을 하고 싶은 것을

다하지 못했던.


안갯속에 긴 머리를 한 소녀가 나타났다.

나는 그냥 스쳐 지나려다가

말을 걸었다.

혹시,

소녀가 이상하게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일순 안갯속에 나를 들켜버린 것 같아서

숨어버리고 싶었다.

혹시,

정말 몇 년 훌쩍 지나버린 것 같은데

기억나시나요?

저.

아마 많이 변해 버렸을 것이다.

소녀는 어떻게 변했을까 했던 그녀가

말을 했다.

나를 기억한다고.


나는 기억의 깊은 숲 속에서 길을 잃었다.

내가 좀 미친 사람 취급당할까 두렵기도 했다.

혹시 저 기억나세요?

내가 똑바로 물었다.

소녀가 말을 한다.

네 기억에 나요. 그때가 나에게는 특별한 일이어서.


나는 현상이 잘 되지 않고

희미하고 가물거리는 흑백사진 같은

숲 속을 헤맨다.


무슨 말을 분명하려 했던 것 같다.

금세 소녀는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져 버렸다.


나는 기억의 숲속을 헤매다녔다.

그리고 빠져나가고 싶지도 않았다.

아마 소녀를 다시 만날 수 있을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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