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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순만 Jan 18. 2023

말을 타는 여인

꿈에서 뒤척거리다


길을 걸었다.

다시는 걸을 수 없을 것 같은

길을 걸었다.


말 한 마리가

꼬리를 늘어뜨리고

겨울의 입김을 토하고 있었다.


낯설고 처음 보는

여인은

화살을 매고 있었고,

일행을 보내고 둘이 

어쩔 수 없이 숲속을 걸었다.


연약할 것 같지만

다부지고 야무진

그리고 조신한,

가느다랗고 날씬한

여인은 말을 순식간에 훌쩍

뛰어올라 타더니

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마을 까지는 멀다며

태워주겠다고.

나는 달려가다 떨어지면

어떻게 하냐고 되물었다.


여자는 빙긋 웃고는

손을 내밀었다.


나보다 타라는 건가요?

웃어보이는 얼굴가에

보조개가 잡힐 때

나는 귀신이 홀린줄 알았다.


말 뒤에 있는 짐을

앞쪽으로 하고 자리를 만들었다.


나는 말 등에

겨우 올라타서 말 뒤에 앉았다.

갑자기 말이 출발하자

나는 무서워서

그녀를 와락 끌어안을 뻔 했다.


말은 달렸고

여인이 등에서

여인을 꼭 끌어안은

느낌이 들지 않으려

애를 쓰며 끌어안았다.


여인의 몸에서 나는 냄새는

향기로웠다.


잠시 혼자서 심장이 뛰는 흥분을

가라앉혔다.

무슨 말이든 하고 싶었지만,

침묵하는 걸이 나을 것 같았다.


눈이 녹지 않은 비탈길을 말이 달렸다.

어디선가 바람에

낙엽이 날렸고,

새들이 날았고,

나도 모르게 그녀에게 끌려가버리는 것 같았다.


꼭 잡아요 잘 못하면 떨어져요.

여자의 말에 나는 그녀를 꼭 끌어안았다.

하마터면 가슴에 손이 닿을 뻔 했다.


강물이 흐르는 계곡 옆으로

말은 위태롭게 비탈길을 내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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