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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순만 Jan 20. 2023

사랑에 굶주려도 죽는다

행복하신가요?

  지식이 많다고 아름다운 사랑이 있는 것은 아니다.


  세상에서 많은 것을 알고 있다는 것은 번거로운 일이다. 많이 않다는 것은  많이 가진 물건만큼이나 치워야 할 것도 많고 정리해야 할 것도 많다.   (목적이 없는 공부는 과녁도 없는데 화살만 멀리 쏘는 일이다. 함부로 쏘다가 괜한 사람 맞아 죽을 수도.  목적없는 공부는 시간낭비일수도.)
   배움이 많으면 많은 것을 알아서 좋지만 배움이 많다고 다 좋은 사람일 수는 없다. 좋은 사람이란 지식이 많은 사람이 아니라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다. 화려한 언어는 당장은 기쁨을 주지만, 화려한 언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진심을 담은 마음이다.

  아무것도 배우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것, 차라리 많은 것을 몰라서 투명한 물 같이 단조로우나 무엇이든 될 수 있는 물 같은 사람. 맛은 없다 하더라고 그 물에 커피도 될 수 있고 탄산음료도 될 수 있고, 따듯함을 음미할 수 있는. 그러니까 물은 투명하고 맛이 없다 하더라도 무엇이든 될 수 있다.

 

  사람들은 사랑에 굶주려도 죽을 듯 힘들다. 마치 먹을 음식에 굶주리면 기아로 아사를 하는 것처럼, 사랑에 굶주려도 사랑이 고파서 죽는다.

 

   어떤 사람은 무디고 어떤 사람은 예민하고 어떤 사람은 우아하고 어떤 사람은 천박하다. 나는 좀 견딜 수 없는 지루함을 잘 참지 못한다. 뭐든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 보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자연스러울 수 있는 나이고 싶다.

 지상에서 인생은 한 획처럼 단조롭다. 거창하지도 않고 대단하지도 않다. 명확한 점은 그 어떤 사람이 떠난다고 해도 그때만 그런 일이 있었구나 하지, 그 대단한 사람이 떠나도 세월에 묻히고 시간의 파도에 밀려가고 흔적 없이 사라진다. 해변에 기록해 놓은 발자국을 파도가 밀려워 밀물이 되고 썰물이 되면 그 모든 것을 흔적 없이 지워버리는 것처럼.


이별 혹은 죽음의 현재와 뒤엉킬 때


  죽음 앞에서는 그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다. 슬프지만 경건하고 경건하지만 어쩔 수 없는 슬픔이라도 자신의 마음에서 떠나 보내야 한다. 기억한다 하지만 잊어야 한다 잊어야 한다지만 잊혀지지 않고 문득문득 떠올라 순간 지금에서 유령처럼 스친다.
  이별 혹은 떠나간 사람들은 기억하다 보면 맑고 평정심에 돌을 던지고, 자신이 던진 돌에 스스로 맞기도 한다.  평정심을 찾은 마음에 균형이 깨어지고 과거의 기쁨은 현재에 데려오지도 못하면서 추억한다. 우울하고 고뇌하고 이별에 대해서 '어째서 더 잘해주지 못했을까' 하는 자책에 시달릴 수도 있다.
  죽음이 아닌 지금이 죽음처럼 힘들 때도 있지만 죽음이 아니기에 힘든 것이고, 힘든 것을 더 힘을 내서 힘겨운을 넘어서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넘어서지 못하면 그저 일부인냥 끌어안고 살아갈 수 밖에 없다. 극복이 되지 않으면 극복하지 말고 그냥 그렇게 살아가야 한다.  온전히 즐기고 의미 있고 기쁨을 만드는 꺼리를 찾아내서 과거를 덮으려 해야 한다. 마치 흙탕물이 물밑에 가라앉다보면 떠오르지 않는 것 처럼. 가끔 뜻모르는 몇가지의 언어에도 가라앉던 진흙탕이 맑은 자신의 마음을 혼탁하게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과거를 지나쳐온 현재의 자신은 그런 지난 시간을 거쳐서 현재에 와있는 것이니 만큼 선택의 여지도 없다.

  

행복하신가요? 라는 질문은 당신에게 사랑이 있는가요?

육제적이든 정신적이든 그게 뭐든간에.


  행복하신가요?라는 질문의 중심에는 당신에게 사랑이 있는가요 라는 질문과 동일한 맥락이다. 사랑은 현재를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니까. 그런데 사랑에 많이 상처를 받거나 많이 데어본 사람들은 이제 난 이성에 관심 따위는 없고 하는 일에나 충실할 거라고 변병하면서도 막상 그 사람의 내면 속에 욕망이 없다고 말할 수 없다.

백제 금동대향로 (百濟 金銅大香爐)Great Gilt-bronze Incense Burner of Baekje

  아름다움은 언제든 보관되고 간직하고 싶다. 어느 때는 우연이 스치는 풍경이나 우연한 만남, 아주 짧은 시간 동안의 대화 속에서도 마음은 동요될 수 있고 알 수 없는 파문을 일으킬 수도 있다.


가슴앓이도 좋다.  그것이 자기만의 사랑일지라도.


마음이 흘러가는대로 가라

바람이 부는대로

낙엽이 날리는 것 처럼.


마음이 가는 곳으로 가라.

사랑이 거기에 있을지 모르니까.


새싹이 조금 자라났지만

뿌리를 내리는 시간이

짧은 것이 아니었다.


긴 시간의 인내만이

마음을 전해주는 것도 아니다.


말하지 않으면 아무도 모른다.

혼자서 울지마라.



Inspired by the movie <Labor day, 2013>

https://youtu.be/ofNxiKHIdX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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