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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순만 Jan 13. 2023

5월의 마중

기다려도 오지 않는다

한 사람이 기다리고 있다.
먼 시간 동안.
 
하루 이틀 사흘..
일년 이년 삼년..
그리고 수십년.
 
한 사람이 기다리고 있다.
 
그 사이
눈이 내리고 또 내린다.
언 땅에도 쌓이고
가슴 속 그리움으로
켜켜히 쌓인다.
 
언 땅에 눈은 녹아 봄을 기다리는데
차갑게 얼어버린 가슴에
쌓인 눈은
빙하가 되었다.

이별의 순간에 멈추어
얼어버린 것이다.
 
마음이 녹지 않아서,
기다리는 사람이 오지 않아서.

그 사람이 와도 온줄 모르고

기다린다.

습관처럼.
 
|기억의 숲에서 길을 잃다|  자작시.
 
 
  과거의 기억 속에서 우리는 모든 것을 기억하지 못한다. 세월의 눈이 내리면 기억은 조금씩 지워지고, 눈이 녹을 때 기억도 물처럼 흘러가버린다. 세월은 흘러가도, 그 사람은 그 사람이다. 한 사람의 인생은 그 사람의 기억이다. 기억되지 않는 것은 사실로 묻혀버리고 더 이상 떠오르지 않을 때도 있다. 우리는 어느날 기억의 숲 속을 몇날 며칠이고 헤매이다가 길을 잃어버린다. 돌아갈 길도 잃어버리고 가야할 길도 잃어버린다.
  
  우리의 삶에서 가장 소중한 가치는 무엇일까. 분명 그것은 보이지 않는 마음이고, 등뒤에 있는 것 같아 돌아보면 사라져 버리는 사랑이다.  구겨진 종이같은 흐릿함 속에서 우리는 수많은 것들 놓친다. 우리가 잡으려 하는 것은 말도 안 된는 허구를 잡으려 한다. 그런 면에서 현실은 허구고, 헛개비 같이 금방 지워져 버리는 기쁨 속에 꿈이다.
  
  장예모 감독의 <5일의 마중>은 우리의 기억 속에서 잔상이 무엇이고, 문득 문득 떠오르는 악몽이 어떤 것이며, 죽음 같은 삶, 죽어도 죽어지지 않는 지친 삶에서, 놓치지 못하는 것이 무엇인가 하는 점을 상기시킨다.   
 
  무엇이 우리에게 가장 소중한 것인가. 단지 이익에 급급하여 사람을 잃고, 자신의 말만 하고, 정녕 상대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조차 알지 못한다. 입은 있어도 귀가 없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시대에 산다. 진정, 우리에게 소중한 것은 진실하게 다가서는 사람은 아끼고 소중히 여기는 것이다. 소중히 여기는 방법에 나는 어쩌면 익숙하지 못해, 어색하기 까지 하다. 스스로가 민망하게 느껴지는 세상에서 얼마나 더 생존할 수 있을까. 생존을 해야 한다는 단 한가지 이유는 누군가 나를  미래의 멀고 흐릿한 시간에 기다릴지도 모른다는 막연하고도 흐릿한 기억때문일지도 모른다.  
 
글 김순만, <5월의 마중>을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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