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사는 상담을 어디서 할까
대화는 많은 정보를 실감이 나가 전달해준다. 소크라테스의 대화법이나 헤겔의 변증법은 결국은 생각을 수정 보완하고, 더 나은 생각으로 가기 위한 구름다리 같은 것이다.
한 여자가 상담을 청해왔다. 예측학이란 일종의 가설hypothesis로 과거를 통해 미를 바라본다. 내일 일을 어찌 짐작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역학은 과거의 그 사람이 살아온 것을 토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정해진 삶의 지도, 특히나 시간의 지도를 보는 것이다.
여자는 서른 중후반으로 아직 시집을 가지못했다. 미용일을 하여 온 종일 일을 한지만 오래 전부터 만나는 남자에 대한 확실함이 없다는 것이다.
"지금도 확실하지 않으면서 미래는 어쩌려고 그러는 건가요?"
여자는 가끔 웃음도 통쾌했고, 별스럽지 않은 농담에도 유쾌했다.
"허리가 안 좋은 데다가 일하는 것도 싫어해서 지금 직장도 근간히 버티고 또 새직장을 얻고 싶어하고 있는데 결혼을 하자는데 확신이 없어요. 결혼하는게 좋을지 말지 말해 주세요."
나는 이리도 허술한 사람이 있나 싶었다. 자신의 결혼을 운에 맡겨 결혼하겠다는 것이다.
"부모가 결혼을 하라 하면 하고, 하지 말라고 하면 안 합니까. 점쟁이가 결혼하라 하면 할 것이고, 하지 말라고 하면 안 할 것입니까? 어른의 정의는 그것을 스스로 정할 수 있고 정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내가 보니 선화님은 어른이 아직 못된 듯 싶어요. 그러니 시집은 못 갈 듯 싶네요. 차라리 혼자 사는 것이 나을 듯...."
단호한 나의 말에 그녀는 당황스러워 했다. 팔랑귀인가 이리저리 흔들림에 스스로 확신이 없는 결혼은 안 하느니 못할 것이란 생각이었다.
"결혼은 물건 사는 것 처럼 반품이 안되고, 헤어졌는데 뱃속에 아이가 있거나 설령 낳았다 하더라도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겠지요. 선화님은 뭘 해야 행복할 것 같아요?"
"보통사람 처럼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고 싶어요?"
"그런데 사랑으로 결혼하는 것이 아니르 주판을 튕기고 있는 듯 한데요?"
"네 그러지 않아도 결혼하고 나면 용돈많이 달라고 시어머니 되실 분이 농담반 진담반으로 말했는데 그말이 보통 거스리는 것이 아니었어요."
답도 없는 여자의 말이 엎지른 쌀포대 자루마냥 쏟아져 내렸다.
"얼마의 돈을 갖고 외제차를 사든 국산차를 사던, 빚을 내서 새차를 사든, 그것을 결정할 수 있어야 해요. 다른 사람에게 결정해 달라고 하면 차가 문제가 생길 때 무조건 차를 안내해 준 사람을 원망하겠지요! 하물며 결혼을 스스로 결정해야지 여기 저기서 묻는다면 그건 그 사람은 물론 자신까지 기망하는 것이라고 봐요. 속궁합은 맞으나 겉궁합은 맞아요. 막말로 남자랑 잠자리만 할 생각이라면 시집을 가도 좋으나 그 외의 것은 생각해 봐야하고 그 누구 보다 스스로가 확신이 서야 한다는 뜻입니다."
잠자는 시간까지 빼앗아서 그녀가 찾아왔다. 딱한 노릇이었지만 어쩔 수 없이 하는 일이었다.
상담을 마치고, 나 자신을 생각해 보았다. 누군가를 상담해주면서 정작 나는 그들에게 해 주는 바른 길의 안내를 받을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공포감에 가까운 외로움의 시간을 떨쳐냈다고 믿었고, 그 누구보다 성실하게 현실을 타개해 갈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