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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순만 Feb 25. 2019

상실

내면의 상처는 반드시 힐링되야

상처가 깊으면 그것을 극복하는데는 많은 시간이 걸린다. 상처를 내서도 안되고 받아서도 안된다.

   우리는 늘 무엇인가를 상실한다. 다치거나 잃어버리거나 누군가를 멀리 떠나보내야 한다. 이별은 가슴을 아리게 하고 고통스럽게 하는 힘을 지닌다. 이별에 무슨 힘이 있어? 하겠지난 이별이 만든 고통을 몸이 버티기 위해서는 가혹한 힘겨움을 견뎌야 한다.


  사람들은 제각기 자기만의 방식으로 살아간다. 거창할 것도 없고, 위대할 것도 없다. 비틀거리는 길거나든 출렁이는 물결이든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은 어떤 식으로든 늙음에 직면하고, 그 이후에는 죽음을 맞이해야한다.


하늘이 텅비어 있다고 생각되는가.

  아니다. 하늘은 텅 비워 있기에 행성이 있고 별들이 떠있다. 비행기도 날아가고 구름으 떠가고 어느날은 짙은 안개가 가득차고, 어느 날은 먼지로 가득차기도 한다.  하늘은 텅빈게 아니라 그 무엇이든 그 비움으로 가득채운다. 하늘만큼 넒은 마음의 여유를 지닌자는 아마 모든 것을 비우고 떠날 수 있는 사람이고, 절대적 득도나 깨달음을 얻는 사람일 것이다.



누구나 자신의 자리에 있고, 그 자리에서 문제점을 극복하고 마음이 편하다면, 그 자리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자리이다.


  세상이 그리 만만치 않다. 앉은 자리는 불안하고, 기다리는 사람은 오지 않는다.


  자살을 하려고 산에 가서 목을 메려했더니 호랑이가 나타나 황급히 도망을 쳤다. 사람 살려 외치면서, 별안간 벼랑이 나타났는데 뛰어내리려 했더니 너무 가파랐고 죽을 것 같았다. 아니다 나를까 벼랑아래는 뱀들이 우굴거리고 있었다. 늙은 고목 나무 한 구루가 있기에 올라갈까 하다가 황급히 부러져 버릴 것 같았다. 생각할 겨를도 없이 그가 뛰어내렸다. 아찔한 그 순간에 뱀들이 독사들이고 섬뜩한 느낌에 나무 뿌리를 잡았다. 그때 벌들이 윙윙거렸다. 벌통을  건드린 것이다. 뿌리는 단단하지 않아 위태로웠고, 호랑이는 몸은 덮칠 듯 으르렁거렸다.  그가 손에 잡은 뿌리를 쥐들이 갉아먹고 있었다. 발은 벼랑에서 다른 쪽 버틸 곳을 더듬거렸지만 여의치 않았다. 얼굴은 금새 말벌들에게 물려 있었고 독이 몸에 퍼지고 있었다.


 이 사람은 그냥 죽으면 될 것을 뭐하러 몸부림 치고 있는 것일까. 애초에 산에 자살을 위해 갔으면서 자신을 에워싼 사면초가에서 벗어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살다면 엎친데 덮치고 불행은 겹으로 온다. 우리는

늘 잃어버리고 버티지 못하는 세상에서 지금까지 잘 버텨왔고 앞으로도 잘 살아갈지도 모른다.

 

  나는 어릴적 부터 찌질했다.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도 못했고, 좋아하는 사람도 없었다. 동네에 악동 김종선과 어울렸다. 초등학교 시절에는 '똥'을 싸배기여서 엄마에게 엄청 혼이 났다. 생리적인 문제를 어쩌란 말인가.  


  학교는 무지 멀게 느껴졌다. 한 시간은 족히 걸어야 했는데, 바닷가의 갯바위를 밟고 가든지 바다를 에워싸고 있는 제방을 지나가야 했다.


 동네 여자아이 셋은 늘 내 앞을 지나갔지만 나는 한 마디의 말도 걸어보지 못했고 말을 걸 생각도 없었다.

  나는 통나무로 배를 만들어 저수지에 띄웠다. 긴 실을 매달아서 그 작은 배가 떠가는 것을 보고 즐거워 했다. 나는 형처럼 갯펄에서 낙지를 잡거나 키조개를 캐내지 못했다.


  마을에 유독 장가를 못가는 삼촌은 바다 한 켠에 긴  낚시줄로 다른 한켠까지 바늘을 끼워 물고기를 잡곤했다.


  삼촌에게서 갯지렁이를 파내어 미끼을 모으고 낚시를 하는 법을 재웠지만 그래도 그것에 능수능란한 것은 김종선이었다. 한 살 더 먹은 형, 그 형은 모든 면에서 대담했다. 가장 동경이 된 것은 도둑질이었다. 물건 훔치는 것 또한 그는 달인 수준이었다. 소매치기도 전문일 뿐 아니라 헤엄도 잘치고, 초등생인데도 담배를 어디서 배워서 내게 가르쳐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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