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순만 Feb 14. 2023

낮은 곳으로 흐르는 물처럼

이정아 작



침묵은 늘 금이 가곤 한다

유리창처럼 깨어지는 침묵,

내가 깨지는 순간이다.


언 강의 얼음도

금이 가면 이윽고 깨어지겠지만

돌하나 던진다고 깨어지는가


그리도 단단히 얼어버린

호수도,

돌을 던져도 깨지지 않았던 얼음도,


햇살을 견뎌낼 재간이 없나 보다.



깨어진 얼음은

조각이었는데

녹은 얼음은

그저 물이 된다.


못다 한 말들은

파도가 되어 부서지고


얼어버린 마음에

틈이 생기고

얼어버린 몸에

틈이 생기고

그토록 뒤돌아선 마음이

언제 그랬냐는 듯 윤슬이다.


살아있는 한

어느 한순간 몸은

단 한 번 심장이 멈춘 적 없고

 틈이면 어디든 스며드는

겸손이다.


물처럼 목마른

사랑의 거대한 침묵에

말을 걸고 싶었다.


피기를 기다렸던 봄 꽃처럼

온 땅에 번지는 꽃처럼.


허전함을 못 참아낸

손가락이 저도 모르게 움찔거리며

손과 손이 닿는

기쁨이고 싶어 하듯.


땅의 몸으로

지렁이가 기어가고

기어간 통로마다 피가 흐른다


낮은 곳으로

젖어드는 슬픔은

어쩌면 아늑하고 따스하다.


침묵은 그렇게 무서워

입김처럼 숨소리를 토해내고,

비명소리처럼

뛰는 심장은 슬프다.

기쁨만큼.


글 김순만











작가의 이전글 보리암에서 바다를 보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