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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순만 Feb 14. 2023

풀과 바람

풀잎은 흔드는 바람의 노래

바람에  불면

조금씩 미쳐간다.


하고 싶은 말을 다 묻어놓았던

씨앗이 꽃피며

그 무슨 못했던 말들이 많은지

밤을 지새우며 들판에 꽃을 피운다.


이러다가 죽어버리면 어쩌지.

이러다가 기억을 잃어버리면 어쩌지.


바람은 풀잎을 흔들어 댄다.

정신 좀 차리라고 온몸을 흔들어 깨우는 듯하다.


바람이 불면

몸을 눕히고

바람이 가면 일어선다.


아무리 바람이 불어도

풀은 뿌리를 단단히 내려놓고

어디를 가지 않는다.


생각이 바람에 날리고

그 생각은 바람에 뽑히며

날아가곤 한다.


뿌리를 단단히 내려놓으면서도

자유롭게 날아가는 마음인 것일까.


기억나지 않는 그 어떤 순간에도

어김없이 오는 봄에

꽃피는 마음이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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