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바람에 불면
조금씩 미쳐간다.
하고 싶은 말을 다 묻어놓았던
씨앗이 꽃피며
그 무슨 못했던 말들이 많은지
밤을 지새우며 들판에 꽃을 피운다.
이러다가 죽어버리면 어쩌지.
이러다가 기억을 잃어버리면 어쩌지.
바람은 풀잎을 흔들어 댄다.
정신 좀 차리라고 온몸을 흔들어 깨우는 듯하다.
바람이 불면
몸을 눕히고
바람이 가면 일어선다.
아무리 바람이 불어도
풀은 뿌리를 단단히 내려놓고
어디를 가지 않는다.
생각이 바람에 날리고
그 생각은 바람에 뽑히며
날아가곤 한다.
뿌리를 단단히 내려놓으면서도
자유롭게 날아가는 마음인 것일까.
기억나지 않는 그 어떤 순간에도
어김없이 오는 봄에
꽃피는 마음이 무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