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뿌리를
내리면
떠나지 않는 나무처럼.
그리하여 그 자리에서
죽음도 아슴히
맞이할 수 있는,
그렇게 뿌리를 내려
그 도시를 빠져나가지 못해
힘들었고 고달프고
애잔하고 슬펐다.
눈물이 스며들어
더 단단히 뿌리가 더
땅속으로 번지고
번지는 물감은 하늘을
서녘에 물들여 놓았다.
떠나고 싶다.
목숨이 다해 떠나는 것이 아니라
목숨이 다 하지 않는 날,
멈추고 싶었다.
마을 어귀에
쪼그려 앉은
침묵은
그 무슨 생각을 했던 것일까.
그 무슨 언어를
날려 보냈을까.
눈이 날리고
꽃잎이 날리고
낙엽이 날리는 것을
보면 나무도
거기서 뿌리를 내렸으면서도
잎들은 늘
떠났던 것이다.
저버려야 할 꿈처럼
나무도 날리는 낙엽에
생각을 날려보냈던 거야.
그러고 보면
나무는 그 자리에서
그냥 서 있었으면서도
떠났던 것이고
자신의 일부를 바람에 날렸다.
낙엽이 날아가고
씨앗이 날아가고.
생명이 날아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