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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순만 Mar 06. 2023

종이학을 접은 소년

철없는 사랑 이야기

시간의 철로 위로

기차가 달려갔다.


소녀는

방앗간으로 가는 돌다리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개울물이 흘러가고

철새들이 하늘을 날아가는

풍경이 아름다웠다.


소년은

보고 싶었던 소녀를 위해

백 개의 종이학을 접다가

밤을 새워 새벽에야 잠이 들었다.


소녀를 만나면

무슨 말을 할까 하는 생각에

심장이 뛰었다.


소녀를 만나면

학들을 하늘로 날려 보내며

소녀가 우와 하며

환희 웃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시간을 가득 실은

기차가 화살처럼 달려갔다.


바람도 차갑게 불었다.

소녀의 머릿결이 바람에 날렸다.

다리를 얼마나 오고 갔을까.

소녀는 소년을 기다리고 있었다.

기다리는 시간이 지나서

소녀가 뿔이 나 있어서

소년이 오면 성질을 부릴 생각이었다.


소녀는 상심한 채

방아다리 위에 찬바람을 마주했다.

개천에 물은 따스한 햇살로 빛나고

참새들이 떼로 날아와

금방 날아가는 것을 소녀는 보고 있었다.


길은 마음과 마음이 닿는 곳에서

만나고 헤어지곤 했다.


자전거를 탄 두 아이가 나타나

그게 뭐냐며 낚아챘다.

실랑이를 할 사이

수줍은 소년의 종이학을 담은 유리병이 깨어지고,

피투성이가 되도록 맞았다.

소년의 얼굴은 피투성이가 되었다.

깨어진 유리병에 있는

종이학들은 하늘로 날아가 버렸다.


소녀는 기다렸지만

소년은 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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