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순만 Feb 25. 2023

풍경소리

바람이 하는 말

세상을 모두 다 비우고

하늘에 닿으면

텅 빈 나로 충만하다.


나는

그 무슨 소리도 없이

묵언 수양을 한다.


그런데

산너머 내려온

바람이 스치자

나의 몸이 흔들리고

숨소리도 내지 않고

침묵하던 나는 그만 울어버렸다.


하늘에 마음을 심고

잠들다 깨어났을 때

나는 사슬에 매달린 채

대롱거렸다.

그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비바람에 몰아쳤고

나는 심하게 흔들려 견딜 수 없었다.


새소리의 울림도

침묵으로 잠재우던 나는

까닭을 알 수 없이 바람이 불자 흔들렸고

비가 내리자

온몸을 젖어

내 안에서 흐르는

질펀한  슬픔을 견딜 수 없었다.


그토록 적막한 침묵을 깨고

심장이 뛰더니 

그 무슨 까닭인지

내 안에서

그 무엇으로 말할 수 없는

은은한 소리가 났다.


적막에서 깨어나

나의 온몸이 전율하며 소리가 난다.


침묵처럼 가득 쌓였던 낙엽이

그림처럼 날리고

멈추려 해도 멈추지 않는

소리는

침묵의 호수에 돌을 던져

물결이 동그랗게 퍼져나가듯

퍼졌다.

하늘이 깨어지는 듯하는데

소리는 은은하다.


땅이 깨어나는  여여한 소리가 난다.


침묵하던 람은

그 무슨 말을 하고 싶어

나를 깨워 소리를 내는가.

Coffee with colors

바람,

오직 네가 올 때만 내가 울린다.

설악산 풍경

흔들리는 기쁨으로

고결한 침묵이 침묵을 깬다.


천년을 투명하게

침묵하던

하늘이 하는 말을

나를 깨워 소리를 낸다.


붓이 소리 없이

종이에 살을 부비어

피어놓은 꽃이

나비에게 하는 속삭이는 말을 한다.

ICE COFFEE

혀끝을 일순

스쳐 심장을 타고 내려가는

커피맛처럼

온 땅의 혈관으로 흐르는

물을 흘려 세상이 깨어서

꽃이 피어

기쁨으로 울림이 돼라 한다.


전율하는 붓이

물감에 젖으면

종이에 그 무엇이든

그리고,

그 무엇을 쓰듯


바람결 스치면

흔들리듯 스치며

가장 청명하게

풍경은 소리를 낸다.


땡그랑땡그랑.





작가의 이전글 벼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