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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순만 Apr 22. 2020

기다림 관한 소묘

비움으로 채우다

기다리고 있었다
한 참을,
그 사이 나무는 몇 겹의 나이테를 더 두르고
안으로 파고드는
슬픔을 삭히고 있었다.

무참히 달리는
타이어에 짓밟힌 흉한 짐승처럼
심장이 터질 듯 했다.

외롭다는 것은
자유로운 것,
무심코 떠오르는
기억을 향해서
무작정 걸어갈 때면
하늘도 울고 땅도 울었다.

깨어나서
아무도 떠오르지 않을 때에야
온전히 자유로운 것,
외로워 보이지만
외로움을 느끼지 않을 때
비로소  온전히 홀로
두 발로 걸어가는 것.

혼자이지 않기위해
혼자있는 것이다.

기다림은
그런 까닭에
아무리 초라해도
아름다울 수 있다.


|기다림에 관한 소묘|

글 김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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