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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순만 Aug 20. 2023

혼자만의 사랑

별처럼 나비처럼

가본 적도 없는데 가 보았고

만난 적도 없는데 나는 만났다.


가슴 아프고

밤을 설치는

나의 절규가

비탈진 벼랑에서

꽃이 핀다.



어느 사후 그 세계에서

혹은

너의 우주 속에서

내 마음은 단단한 유성으로 떠도는 별이 되어야겠다.


나를 초라하게 하고

비굴하게 하고

우울증 환자처럼 넋이 나갈 만큼

너를 그리워해야지.


혼자만의 비밀스러운 마음으로

슬픔의 수렁에 빠져서 나오지 못할 만큼

울면서

죽을 만큼 아름다운 음악 속에서

손 닿지 못하는 슬픈 만남이 되는

시어를 바람에 날려 보내려 한다.


깨어나지 않는 묘지 앞에서

이미 가버린 시간도 보내고

가버릴 시간도 보내고

꽃잎을 날려 보낼 생각이다.


지극히 광적이고

내 영혼의 산에 까맣게 타버려서

벌거숭이로  그리움으로

상흔이 되면 어때.


익명으로 누군가 떠나고

그 어떤 환상에 언어를 뿌릴 만큼

정신이 나간 사람은 애초에 없다.


수많은 무리들 사이에서

겨우 살아나

무리들이 있는 곳으로 돌아갈 뿐.

가본 적 없는 곳을 나는 갔고

만난 적 없는 사람을 이미 만났다.

만난 적 없기에 이별도 없다.


사랑은

초라함 속에서도 초라하지 않고

오히려 화려하다.


자기 자신 만이 사치를 부리며

저 혼자만이 아파하는 슬프고 이해되지 않는 홍역으로,

괴로워하고

까닭 없이

더 외로움을 우아하게

어둠에 기록되는

저만의 두꺼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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