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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순만 Aug 20. 2023

술 취하는 도시

세상은 너무 아파

여자는 잔뜩 취했고

아차 하는 사이에

펑 소리를 내며 빈 소주병과 잔이

떨어져 깨졌다.


모든 높은 곳에 있는

높은 곳에 있다는 사실 자체로

떨어질 수 있음을 내포하고 있다.

유리잔처럼.


유리 조각에

얼굴이 파편처럼 뒹굴고 있었다.

괴기스러운 웃음도

깨어져 버렸다.


까닭 없는 더 크게 웃는 웃음은

슬픔을 덮는다.


이윽고 천사처럼

가벼워 보이는 여자를

들처서 업었을 때

남자의 등에서 여자는

긴 머리를 늘어뜨렸다.


어깨 위로 손이 불편하게

뻗어있다.  


여자는 송장처럼 무겁거나

깃털처럼 가볍다.


맹목적으로

일직선으로 굉음을 쏟아내며

오토바이가 전속력으로 화살처럼 달렸다.

저러다가 누구 하나 죽겠다 싶었다.


그렇게 빨리 달리면

더 빨리 간다.


여자는 이윽고 땅바닥으로

쓰러졌다. 얼핏 들어도 퍽 소리에

머리가 깨질 것 같았다.

여자는 아픈 표정도 짓지 못한다.


밤새 먹었던 것들을

길바닥에 토해내고 남자는 그것을 보고 안절부절이다.

여자는 토 나오는 사람을 토하고 있다.

몹시 괴로운 모양이다.

메스껍고 역겨운 세상을 토하고 있다.

속쓰리운 것들을 아파하면서.


무엇이 저토록 많은 술을 마시게 했을까


여자는 쓰러져서 울지도 않는다.

몸이 견디지 못한 듯.


목탄으로 칠해진

하늘은 까맣게 그을려 있었고

가끔 하늘에 불씨가 별들로 빛나고 있다.


사내는 어찌할 줄 몰라하며

어디엔가 다급하게 전화를 하고 있다.


 도시는 골목골목  방황하는 사람들을 더 헤매게 한다.  기쁨과 슬픔이, 고통과 아픔도, 괴로움도 방황한다. 길을 찾으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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