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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순만 Aug 20. 2023

거미줄에 걸린 나비

어둠 속에서 나비는 걸려들고 말았어

01.

누구도 없이

어두운 거미줄에

나비는 매달려 있었다.


울먹이면서

두려움에 떨었다.

삶이 무섭고

죽음은 두렵지 않다.


잔뜩 쌓여있는 기호와 수학적인 공식들,

시간과 공간의 상대 속도를 계산하는데

골몰해 있었다.


소녀는 문득

고백에 서툴거나

용기를 내어

손 내밀어 맨 살에 닿기라도 하면 연기처럼

사 라저 버릴 것 같았다.


도적처럼

마음을 빼앗겼지만

돌려받을 수 없고

돌려받고 싶지 않다.


나비는 발버둥 친다.


품 안에서

나비는 무엇을 숨기고 있었을까.


생명이 빠져나가고

죽을 만큼 외로워서 견딜 수 없었다.


풀리지 않는

파이처럼

나비는 허공 속에서  파이처럼

무한대로

죽음의 통로를 기록하고 있다.


검은 블랙홀에서

나비는 동그란 시간의 통로를 빠져나가고 있다.


블랙홀  그 파이(π)값

3.141516.....


어쩌면 

나비는

검은 어둠 속 거미줄

걸려들지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알면서도

빠져들면서

목숨도 내어주고 싶었는지도.


SM digital Art

02.

총소리가 울리고

찢겨진 날개로

어둠 속에서 'ㅣ' 자로 떨어질 때

간신히 걸린 것인지도 모른다.


빗방울처럼

매달릴 때 잠시 생명의 줄도 미세하게 출렁였을지도.


세상을 기어 다니던 시절도

숱한 새들의 눈을 피해

쫓기던  순간들도,

바람의 속삭임도,

잘 모르겠다.


영혼을 앗아갈 만큼

잔인한 사랑에

걸려들어

몸이 부서지고

영혼이 찢겨질 만큼

떨며

곤충의 유골로 떠나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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