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각개가 시작되었다. 눈을 뜨자마자 생활관에는 암담하고 스산한 기운이 가득했다. 부산히 장구류(화생방 마스크와 보호구, 그리고 총기)를 착용했다. 흙먼지를 뒤집어쓰며 포복을 배웠다. 점심 전까지는 완수 신호와 수하, 그리고 보고 절차를 익혔다. 시험은 잘 준비했고, 또 무난히 치렀다.
저녁을 먹고는 웨하스를 까서 먹었다. 훈련소가 조금씩 익숙해짐과 동시에, 묘한 지겨움도 찾아왔다. 동기들과 친해지고 웃음이 잦아질수록, 오히려 더 지치고 권태로워지는 듯했다. 이것이 군대의 속성일까.
책을 읽고, 저녁 점호를 맞았다. 우리 생활관 분대장은 일종의 긴장성 경고를 주었다. 그러나 이 또한 우리에게 이득이 되리라 여겼다. 다른 분대장은 반대로 기분이 한껏 고양되어 보였다.
내일은 비가 올까.
소등 후, T는 무엇을 그리 열심히 적고 있는 걸까. “넌 뭘 적길래 그리 깊은 눈을 하고 있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