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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의 권력

경험했다는 이유만으로 주어지는 권력에 대한 고찰

지난주말에 정기모임의 번모를했다.

황금같은주말이지만 직장과 집, 가족을 벗어나 만나는 내가 선택한 공동체에서 맛볼수있는 여러가지 인사이트를 얻는일은 매우 즐겁다.

`이제까지의 나` 보다는 `지금부터의 나`를 더많이 얘기할수있는 뉴페이스들을 만나 과거의나를 반추하는데 시간을 쓰지않을수있어서 더 설렌다고나할까.


그 모임의 구성원들은 대단하다. 외모도 직장도 스펙이 빠방하다. 나이대는 20대후반에서 30대초중반.

정기모임이아니라 번개였기에 정모아지트에서 가까운 맥주바를찾은 우리들은 각자 가벼운 이야기들을 건네며 서로를 탐색했다.

마침 그날은 내가 참여하는모임과 비슷한 주제의 모임이 조인트를 하여 초면의 어색함과 서로에대한 설레임이 오묘하게 섞인 분위기가 한참 지속됐다.


어쩌다 나의 결혼시작에 대한 질문이 흘러나왔고(내가참여하는 모임에서는 내가 유부라는사실을 안다) 갑자기 모임의 주제가 `내`가 되었다.

내가 결혼이라는 경험을 먼저 했다는 이유만으로 그들의 날보는 시선과 온도가 180도 달라지더라는것이다.



어떻게생각하세요? 라는 질문이 어떻게해야돼요? 로 바뀌면 대답도 이렇게하면좋지않을까요? 에서 이렇게하세요 로 달라져야만 할것같았다. 타의적으로 주어진 멘토라는 위치.


문득 그런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의 하루하루는 경험자와 비경험자로 나누어질뿐. 무엇이 맞고 틀렸고는 경험자또한 알수없다. (결혼한지 5개월차의 내가 결혼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한디는것 자체가 일반화대상에서 제외) 그냥 각자의 시간과 각자의 경험이 있을뿐이다. 그뿐인것을, 이세상은 다칠까 상처받을까 최소한의 시행착오만 찾기위해 경험자들의 이야기들을 찾고 또 그것들이 넘쳐나는구나. 그리고 경험자라는 이유만으로 그들에게 얼마나 거대한 권력이 주어지는건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봤다. 누구나 자신의 경험이 옳기를바란다. 틀리지않기를바라고 이게맞다고. 그게 비경험자의 물음에 강요나 정답이 되어 맞다는것의 기준이되어버리니까.


결국 나한테 맞는 게 있을뿐이고 그경험과 시간만이 온전히 그냥 있을뿐이다.

자기가 맞다고생각하면 맞는거고 누가 뭐라하면 그건 그사람의 생각일뿐, 그뿐이다.

지난주말 번모후 너무 진부해 먼지 풀풀 날리는 문장 `세상에 정답은 없다`를 진심으로 경험하고 1mg 더 세상보는 눈이 넓어진 내가 지금, 있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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