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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운 이별’의 또 다른 말 ‘아, 쉬운 이별’

영화 '너의 결혼식' 리뷰인듯 리뷰아닌 리뷰

‘아쉬움’이 잔뜩 묻어있는 이별인 경우, 헤어진 이유를 물어보면 ‘상황’ 때문이라고 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하지만 이별을 받아들이기도, 되돌리기도 힘든 이유는 따로 있다. 그 이유는 뭘까?


아쉬운 이별을 네 번이나 하는 두 남녀가 있다.

이야기의 시작은 흔하다.

고3, 우연에게 승희는 자신의 이름처럼 우연히 다가온 첫사랑이다.

작년 개봉한 선남선녀 김영광, 박보영 주연의 영화 ‘너의 결혼식’이다.

#1. 첫 번째 만남, 강릉 송락고등학교

엎드려뻗쳐로 벌을 서고 있는 우연 옆을 스쳐지나가는 전학생 승희. 강렬한 첫인상보다 더 강렬했던 둘의 만남. 첫눈에 승희에게 반한 우연은 그날부터 승희를 졸졸 따라다니고 조금씩 둘은 가까워진다. 어느 날 승희는 우연에게 “우연아 너 참 좋은 애야. 잘 지내.”라는 말을 남기고 홀연히 떠나버린다. 우연은 그렇게 승희를 잃어버렸다.  

#2. 두 번째 만남, 한국대학교

잃어버렸던 승희를 발견한 건 한국대학교 홍보책자. 우연은 뼈를 깎는 노력으로 한국대학교 입학에 성공하지만 어렵게 만난 승희는 “나 남자친구 있다. 그냥 혹시나 해서 하는 얘기야. 서로 불편해지지 말자고.”라며 선을 긋는다. 우연은 승희의 사랑을 지켜주기 위해 돌아선다.

#3. 세 번째 만남, 길을 지나다 발견

이젠 다 잊은 줄 알았던 승희를 길거리에서 발견한 우연. 리포터로 일하는 승희의 로드매니저를 자처하며 살뜰하게 챙겨주다 드디어 연인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사고는 둘의 평범한 일상조차 위협해오고, 우연은 조금씩 변해간다. 그리고 승희는 벨기에로 떠난다.

#4. 네 번째 만남, 처음으로 우연을 찾아온 승희

몇 년 뒤 우연이 근무하는 학교를 찾은 승희는 뜻밖의 소식을 전한다. 당황한 우연은 잊지말고 꼭 청첩장을 보내라고 한다. 이 둘, 결국 이뤄지지 못하는 걸까?


한 연인이 네 번의 만남 중 네 번을 헤어졌다. 모두 상황이 가져온 아쉬운 이별이다.


‘아쉽다’는 자신의 행동이나 상황 때문에 실망 또는 미련이 생길 때 사용하는 단어다. (다른말과 틀린말, 2016) ‘이별’은 서로 갈리어 떨어진다는 뜻이다. 이에 따르면, ‘아쉬운 이별’은 상황에 대한 핑계 아닌 핑계를 은연중에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더 잘할 수 있었는데 아쉽다.. 라는 말은 더 잘할 수 있었는데 (내가 실수를 해서) 아쉽다.. 라는 말에 더 가깝고, 더 잘할 수 있었는데 안타깝다.. 라는 말은 더 잘할 수 있었는데 (그런 일이 있어서) 안타깝다.. 라는 말에 더 가깝다. 사랑을 했던 최선의 태도와 정반대의 결과를 내놓게 되는 이별. 하지만 ‘아쉬운’ 이라는 형용사가 이별을 수식하게 되면 어쩐지 내가 좀 더 노력했더라면, 내가 한번만 더 잡았더라면.. 이라는 미련을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승희의 갑작스러운 전학, 남자친구의 존재, 취업실패의 반복이 불러온 일상의 좌절은 정말이지 우리 인생에서 큰일이다. 하지만 정말 이 사람밖에 없다, 이 사람을 절대 놓치기 싫다는 마음이었다면, 어떻게 해서든지 만남을 이어갈 수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상황이 핑계가 되어서 자연스럽게 헤어지게 된다면, 둘의 인연은 거기까지 인거다. 내 마음이 거기까지 동했다는 것을 반대로 말해주는 것이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관계에 최선을 다하지 못한 나 자신 때문에, 또는 상대 때문에 이 관계가 끝나게 된 것은 아닐까 자꾸만 ‘아쉬운’ 마음이 들어 우리는 아쉬운 이별을 했다고 말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생겨난 것이 아쉬운 이별이다.


‘아쉬운 이별’은 어쩌면 ‘아, 쉬운 이별’을 가려주기 위한 또 다른 말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아쉬운 이별’은 끝이 아니라 어쩌면 잔혹한 시작을 예고하고 있을 경우가 많다.

그건 바로.. ‘너의 결혼식’이라는 소식이다.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하지 않은 사랑에는 대가가 따른다. 바로 성공한 사랑을 보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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