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퇴 전날의 일기

by 온담

있잖아, 그거 알아?

내일이 학교를 영영 떠나는 날 이래.

근데 이상하게도 나는 이에 대해 아무런 감흥도 없고, 심지어 진짜 일기에는 써두지도 않았어.

그만큼 버거웠었나 봐. 감당하기 힘들고.

학교를 떠나기 전에, 나는 나를 수도 없이 많이 해쳤어.

난 그저 학교 생활을 잘 해내고 싶을 뿐이었는데.

아니, 나도 평범한 일상을 꿈꿀 뿐이었는데...

이 모든 건 다 허상이었나 봐.

교수님은 그러셨어.

많이 혼란스러울 수 있지만 그건 당연한 감정이고, 그렇다고 나 자신을 해치고 그러면 안 된다고.

다른 방향으로 풀어야 한다고 하셨어.

하지만 난 아직도 이해가 안 가.

이렇게 하지 않으면 정말 아무것도 할 수 없는데...

이렇게라도 해야 내가 버틸 수 있는데.

학교를 떠나는 건 사실 내가 매우 바라던 거였어.

진짜로 현실이 이렇게 되었다니, 왠지 시원섭섭하고 걱정도 되고 하는 거 있지?

학교라는 울타리에서 벗어나, 학교 밖 청소년이 된다는 것.

많은 용기가 필요했어.

버스를 타면 청소년이라고 찍히니까 날 이상하게 보진 않을까,

다들 왜 청소년이 지금 있는지 의문을 품고 물어보진 않을까...

난 남의 시선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어.

남이 날 안 좋게 보면 내 가치도 추락할 것이라고 굳게 믿었지.

어쩌면 내게 있어서 학교를 떠나는 이벤트는 세상의 시선과 맞서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봐.

앞으로 학교에서 벗어나서, 그 안정된 울타리를 벗어나면 어떤 느낌일까?

궁금하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고.

그래도 천천히, 한 발 씩 내디뎌보려고.

어쩌면 그래도, 학교보단 나을지도 몰라.

친구들 이름 한 명도 모르는 이 학교에 있는 것보단 낫겠지.

전날이라 생각이 많아지네.

감흥이 없다고는 했지만, 생각이 많아지는 건 어쩔 수 없나 봐.

걱정이 안 되는 건 불가능하잖아.

내일은 진짜로, 정말로 떠나겠네.

아마 서류 몇 장에 사인하고 동의하면 끝나겠지.

그렇게 자퇴를 하게 되면, 나의 일상은 어떨까.

무채색인 나의 일상에 색이 입혀질까.

여러모로 복잡하다.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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