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고등학교를 자퇴했다.
그렇지만 자퇴하기 전부터 나는 이미 학교에 없는 사람이었다.
일주일에 두세 번 나가면 많이 간 거였고,
무려 시험기간에도 학교에 나가지 않았다.
성적이 어떻게 되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결석만 자주한 건 아니었다.
지각과 조퇴 역시 수도 없이 많이 했다.
하루에 지각과 조퇴를 둘 다 했던 날이 꽤 있을 정도로
출결도 중요하지도 않았다.
이미 중요한 건 아무것도 없었으니까.
나는 내 삶도 놓았다.
분명 나는 다시 잘해보고 싶어서 고등학교에 진학한 것인데,
다시 잘해보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던 것 같다.
가끔 고등학교에 진학을 하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
여러 번 생각해 보게 된다.
달라진 건 없었을 거다.
하지만 고등학교라는 곳에 발도 못 댄 게 후회스러울 수는 있겠지.
그때는 발을 댄 게 정말 후회스러웠다.
이러나저러나 후회할 거면 하고 후회하는 게 낫다고 생각은 한다.
하지만 그때는, 숨 쉴 공간이 없었다.
학교 때문에 힘듦의 쳇바퀴를 타고 있었던 그 시절 여름의 나는
결국 자퇴라는 선택지를 택하게 되었다.
여기서 더 버티는 건 살아나가는 것이 아니었다.
나를 죽이는 것과 비슷한 것이었다.
생각보다 자퇴는 어렵지 않았다.
서류 몇 장에 사인하고 나니
난 더 이상 학생이 아니게 되었다.
그렇게 쉽게 학교라는 울타리에서 사라질 수 있다는 게 조금 허무했다.
‘나’라는 사람은 애초에 존재하긴 했던 걸까.
서류 몇 장에 사인하고 학생의 신분이 아닌 것이
그냥 믿기지 않는 쪽에 더 가까운 것 같기도 하다.
하루아침에 ‘학교를 가야만 하는 사람’이 ‘학교 안 가도 되는 사람’이 되었으니까.
아무도 자퇴하는 나를 말리지 않았다.
심지어 숙려제도 쓰지 않았고, 바로 자퇴를 했다.
말릴 이유가 없을 만큼 나는 이미 다 부서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