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226
간밤에 죽을 것 같은 통증이 있었다. 누가 내 뱃 속을 쥐어짜고 헤집어 놓는 기분이었다. 고통은 사람을 사람답지 못 하게 만든다.
핸드폰으로 응급실을 알아보다가 화장실로 달려갔다. 대장내시경 전날 약물 섭취 후의 기억이 났다. 그래도 통증은 가시지 않았다. 온몸에 오한이 들었다. 다시 화장실로 가서 뱃 속에 있는 것을 게워냈다. 어제 저녁 아무 생각없이 신나게 먹은 음식들이 생각났다. 건강하게 살아야겠다고 맘 먹은 지 불과 며칠 만에 큰 탈이 났다.
탐식도 죄악이라는 말이 생각났다. 그러고도 몇 번을 화장실을 들락거렸다. 뱃 속을 깨끗히 만드는 중이라고 스스로 위안했다. 저녁 5시가 되어서야 몸이 좀 진정됐다. 몸 속의 고통이 사라지니 그제서야 해결되지 않은 것들이 떠올랐다. 급하게 취소한 오전 일정. 마음에 걸리는 간밤의 일. 정리 되지 않은 머릿 속.
급하게 잡힌 일정이 있어서 옷을 챙겨입고 밖으로 나왔다. 바람이 차다. 찬바람으로 고생한 속을 소독해본다. 순간 명료해지는 것들이 있다.
최근 내가 본 사람 중에 가장 건강한 사람의 눈빛이 떠올랐다. 그 시선이 내내 머릿 속에서 떠나질 않았는데... 아마도 그 사람의 건강함 때문인 것 같았다. 그러고나니 마음에 걸리는 일들이 다소 사그라드는 기분이었다.
욕심 내지 말자. 내가 할 수 없는 것들은 흐름에 맡기고, 내가 할 수 있는 것들도 내버려둬보자.
가만히. 가만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