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초반 같아서

네..? 매우 다르다고 비교한 적은 없어요

by 나의 바다

유난히 대화가 잘 이어지던 날이었다.
티키타카가 찰떡처럼 맞아떨어지고, 카톡창이 숨 돌릴 틈 없이 알림으로 채워질 때—

나는 그냥, 기뻤다.

그 순간이 좋아서, 너무 좋아서
연애 초반 같다는 말을 했다.

하지만 그 말엔 대답이 없었다.

나는 잠시 당황했고, 괜히 내가 뭔가 잘못한 건가 싶어 한 템포 느려졌다.

그날, 재테크 이야기, 주식 이야기, 우리는 꽤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그래서 가볍게 농담처럼 말했다.
"우리, 연인 맞아요~? 선생님 제자 대화 같아요~"
말끝엔 웃음이 묻어 있었지만

그는 그 말을 진지하게 받아들인 듯했다.


"그럼 앞으로 재테크 얘긴 안 하는거로 해요" 그리고는 대화가 종결될 거 같았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어떻게 이 장면이 이렇게까지 흘러갔는지, 마음이 따라가지 못했다.


나는 단지, 그날의 우리 대화가
처음 만났을 때처럼 설레고 즐거웠다고 말한 것뿐이었다.
비교를 하려는 의도도 없었고,
예전과 같자는 요구도 없었다.

그저, 그 순간이 좋아서. 그 감정을 표현하고 싶었던 것뿐이었다.

그는 아마도 내 말 뒤에 더 많은 뜻이 숨어 있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자신의 상황을 설명하며 예전과 지금은 다르다고,
장거리라는 현실이 그 감정에 대답하기 어렵게 만든다고 말했다.


그 말이 틀린 건 아니다. 상황은 바뀌었고, 우리는 늘 가까이 있지 않았다.
하지만 감정은 꼭 거리에만 달려 있던 건 아니지 않을까.
문득 그렇게 말하지 않았더라면 그 순간의 따뜻함을 조금 더 나눌 수 있었을까 싶다.

나는 내 마음을 표현하려 했다. 그게 부담이었을까.
혹시 또 ‘감정적’이라는 프레임으로 비춰졌을까.


나는 그 대화도 좋았지만, 가끔은 감정의 농도를 나누고 싶었다.

서로의 하루가 어땠는지,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지,

그런 이야기들이 더 많아졌으면 했을 뿐이었다.


이제 와 생각해 보면, 나는 단지
"지금 이 순간 참 좋아요"고 말하고 싶었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 말에 "저도 그래요"라는 말 하나가 그때의 나에겐 충분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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