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분한 사랑

보답을 바란 건 아니에요.

by 나의 바다

“덕분에 과분한 사랑도 받아보고, 보답하지 못해서 미안해요.”

그 말은 어딘가 이상하게 따뜻했고, 동시에 아주 조용한 작별처럼 들렸다.

고마움의 말투를 하고 있었지만, 실은 멀어지는 기척이었다.
미안함을 담고 있었지만, 그 말에는 이미 모든 감정의 정리가 끝난 사람의 단정함이 있었다.


그는 내가 좋은 사람이었다고 했다. 미안하다고도 했다.
하지만 우리는 억지로 맞춰갈 수 없으며 더 이상 함께할 수 없다고 말했다.


‘과분했다’는 말은 나를 향한 진심어린 인정이었을까.
아니면 이 관계에서 조용히 빠져나오기 위한 부드러운 포장에 불과했을까.


어쩌면 자신의 선택을 조금 더 다정하게 보이게 만들기 위한 말이었는지도 모른다.

‘미안하다’는 말에는 책임감보다는 면책이,
‘고마웠다’는 말에는 이해보다 거리두기가 들어 있었다.


상대가 미안하다고 하면 남은 사람은 덜 원망해야 할 것 같고,
고마웠다고 하면 상처도 조금 덜 아픈 것처럼 여겨지니까.


하지만 나는 과분한 사람이 아니었다.

나답게 마음을 표현했고, 관계를 이어가려 애썼고,
그저 같은 방향을 보고 싶은 마음을 품고 있었을 뿐이다.


‘과분했다’는 말은 그 모든 노력을
“그저 지나치게 많이 준 사람”으로 축소시켰다.


그는 좋은 사람이었고, 나도 진심이었다.
우리는 분명 서로를 아꼈던 순간들이 있었다.

하지만 서로를 이해하는 방식은 결국 너무 달랐다.


그는 감정을 정리하는 데 익숙했고,
나는 감정을 나누고 싶은 사람이었다.


과분한 사랑 이라는 말은 나를 향한 미안함이었을까?

그렇게 많이 생각하다가 결국에는 그 말은 이 관계를 조용히 마무리하기 위한 하나의 방식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다다랐다.


그 손이 그렇게 서둘러야 했던 이유는 내가 버거웠기 때문이었을까.
조용히 덮고, 가볍게 놓고, 부드럽게 끝내는 말.


그래도 그 말 덕분에 나는 스스로에게 한 가지는 말할 수 있게 되었다.

나는 누군가에겐 과분하게 느껴질 만큼 진심을 다한 사람이었다는 것.


그는 나를 다 이해하진 못했지만, 나는 나를 조금 더 이해하게 되었다.

매거진의 이전글연애 초반 같아서